‘정신적 불안정 상태’ 등 보고받고 심사위 일주일 前 사면 의사 전달
심사위원 9명 찬반 엇갈리자 표결… 文대통령 “찬반 넘어 통합 계기로”
朴 “文대통령-정부에 심심한 사의”
박근혜 전 대통령(69·수감 중)에 대한 특별사면안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찬반 표결 끝에 다수결로 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1일 오후 2시 30분부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2차 사면심사위원회 도중 위원장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오후 4시 30분경 회의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안 논의를 주재했다. 9명의 사면심사위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냈고, 토론을 거쳤지만 만장일치로 뜻이 모이지 않자 이례적으로 표결에 부쳤다고 한다. 결국 박 장관을 포함한 법무부 내부위원(4명) 등의 주도로 과반 득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안이 통과됐고, 이 안건은 24일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당초 여권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된 게 사면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음식물을 씹지 못할 정도로 치아 상태가 나빠졌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전문의 의견서 등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심사위원회 약 일주일 전에 청와대 민정라인 등 참모진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뜻이 김진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통해 박 장관에게 전달돼 사면심사위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안이 관철됐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 직후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77) 복권을 포함해 일반 형사범 등 3094명을 31일자로 특별 사면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0시 병원에서 석방 절차를 밟게 된다.
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유영하 변호사를 면담한 뒤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질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국민통합을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지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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