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IRM]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경영책임자’ 보호… 전문가 100명 ‘대응 그룹’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사고 발생 줄이고 경영진 형사 처벌 위험 줄여
2013년부터 ‘환경·보건·안전팀’ 운영… 산업안전 관련 법률 노하우 방대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대표들도 실제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겁니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자 기업인들이 모인 간담회에서는 이런 질문이 자주 나온다고 한다. 올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 현장 등에서의 산업재해, 산업용 원료 등에 의한 재해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상자들이 발생할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다. 법조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의 대표는 본보기로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올해부터 구성해 활동 중인 ‘중대재해 대응 그룹’에서 중대재해형사팀을 이끌고 있는 차맹기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도 기업인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차 변호사는 이에 대해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사고 발생 전에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지 않았다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며 “법정형이란 상한선보다 하한선이 있는 경우가 더욱 무서운 법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은 이른바 ‘뺑소니 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같은 수위의 법정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또 다른 의미도 있다고 했다. 그는 “경영책임자가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하지 않으면 엄벌에 처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입법 취지”라며 “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면 근로자의 안전성과 이익이 보장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영 효율성과 안전성도 보장하는 ‘윈윈 전략’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호한 ‘경영책임자’…전사적 시스템 마련 필요
기업 측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다. EHS팀의 전인환 변호사(37기)는 “경영책임자의 첫 번째 유형인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두 번째 유형인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며 “조직과 인사, 예산의 권한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법상 명확하지 않아 법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그룹이 출범하기 전부터 ‘환경·보건·안전팀(EHS·Environment, Health & Safety)’에서 일하며 중대재해 등 산업안전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 왔고 특히 회사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다.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이나 안전 시스템을 마련하는 모든 단계에서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전 변호사는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사기관에서는 사고 원인이 된 위험 요인을 미리 통제할 수 있었던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작위나 부작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전사적 시스템을 살펴본다”며 “그래서 의사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차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누가 ‘실질적인’ 결재권을 가졌는지를 본다”며 “단순히 ‘안전관리 담당자는 A 씨’라고 지정해 놓기만 하면 재해가 발생했을 때 ‘방패막이’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그래서 최고 의사결정권을 어떻게 행사했고 그 권한을 어떻게 분배했는지에 대한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으로 재직하며 서울 도심지 염색공단 폐수 방류 사건, 울산 유독가스 방출사건 등 대규모 환경범죄를 수사했다.
풍부한 업무 경험 갖춘 전문가 100명이 협업
업무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에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의 구성도 다양하다. 김앤장 ‘중대재해 대응 그룹’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기업에 필요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룹은 총괄인 노경식 변호사(19기)를 필두로 EHS·중대재해형사·건설·컴플라이언스·인사노무·기업지배구조·제품안전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노 변호사는 서울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9년간 판사로 일하다 2002년 김앤장에 합류해 환경 및 산업안전 등 분야에서 판례 형성을 이끌어냈다. 또 지난해부터는 김앤장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그룹장을 맡아 EHS팀과 준법경영팀, 기업지배구조 및 인사노무팀 등을 ESG 이슈로 연결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종합적인 자문을 제공해왔다.
검찰 출신 권선영 변호사(34기)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큰 규모의 조직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건설 분야에서의 산업재해를 예로 들면 우선 수사 대응 업무를 주로 하는 형사팀과 산업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건설팀이 필요하다”며 “또 법상 경영책임자가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의무가 있으니 기업지배구조팀이 요구되고, 근로자가 겪는 재해와 관련돼 인사노무팀도 참가하며 자연스럽게 컴플라이언스팀도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14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노동·산업재해 사건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역임했다.
김앤장은 긴밀한 협업 시스템을 통해 전문가 100여명이 효율적으로 시너지를 내도록 한다. 차 변호사는 “어떤 유형의 케이스에서도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 등이 참여하여 최적의 답을 찾아낸다”며 “이러한 협업이 국내 최강 중대재해 대응 그룹을 만드는 강점”이라고 했다. 전 변호사는 “어떤 사고 유형이어도 관련 전문가가 그룹에 있는데, 가령 전기공급장치 결함으로 인한 화재 사고라면 유관 회사 출신 공학 박사와 관련 사건을 경험한 변호사, 공무원 출신 전문가 등이 참가해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앤장, 근로자 사고 예방하고 경영리스크 줄여 ‘안전 사회’ 구축
김앤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전인 2013년부터 EHS팀을 운영하며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대한 종합적 대응 업무 경험과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법령을 준수하는지 점검하는 현장 진단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축적해왔다. 전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든 업종에 대하여 적용되는데, 사업이나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전부터 다양한 업종에 대해 축적된 경험과 전문가 그룹의 협업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유형의 기업에 대해서도 맞춤형 솔루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없더라도 김앤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차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거의 모든 산업에 적용되기 때문에 1700여 명의 전문가를 보유한 김앤장이 특장점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룹은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변호사 등 전문가를 모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전 예방이 사후 형사 처벌 면제로 이어지는 ‘보험’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결국 사고 후의 형사 처벌 위험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결론도 나왔다. 하지만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재해를 예방할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형사 처벌 가능성이 높아 더욱 준비가 필요하다는 차 변호사는 “지난해 882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해당 법이 시행 중이었다면 최대 882명의 경영책임자가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형사 처벌 리스크를 가져갈지, 미리 안전 관리 의무를 이행해서 리스크를 줄일 것인지의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권 변호사는 이에 대해 “선례가 없다 보니 수사기관에서도 엄격하게 보고 적극적으로 기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며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도 넓게 해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앤장은 국내 로펌 최대 규모의 인력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경험도 일찍부터 시작해 ‘선점 우위’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앤장은 일찌감치 환경, 산업안전, 보건 분야의 업무를 수행했고 산업안전보건법이 요구하는 안전 시스템 구축과 이행·점검에 관한 업무 경험을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며 “김앤장은 EHS팀을 운영하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실제 산업 현장과 공장에서 쓰는 ‘현장의 용어’까지 알고 있어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변호사는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기업의 경영상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는 ‘안전 사회’를 구축한다는 사명감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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