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국민 450여명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가운데, 뉴시스가 취재한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역패스도 국민의 기본권인 보건권에 기초한다”며 “위헌 판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0일 고등학생 유튜버 등 국민 450여명이 감염병예방법 49조와 방역패스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심리 중이다.
청구인들은 방역패스가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대해 뉴시스가 취재한 헌법학자 5명 중에는 헌법소원을 통해 방역패스 등이 위헌 결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3명으로 우세했다. 다른 2명은 위헌 소지는 있다고 밝혔지만, 이 중 1명은 직접 강제한 것이 아니어서 위헌을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먼저 헌법학자들은 청구인들 주장에 대해서는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말을 듣게 되면 몸에 주삿바늘을 꽂아야 한다. 안 들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며 “꼭 잡아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강제는 아니더라도, 또 의료행위라도 신체 자유의 제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그게 위헌이 되는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방역패스는) 보건권을 보장하는 조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문현 숭실대 헌법학 교수도 “코로나가 전염성이 있어, 자기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공동체 질서 유지 등 차원에서 기본권 침해라고 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를 받고 오라는 등 (기본권 침해를) 피하기 위한 장치들이 있어 위헌이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소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방역패스를) 밀어붙였을 때 부작용이 심하면 그 피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효과 미미, 부작용 등 지키려는 공익보다 제한되는 기본권이 크면 위헌 판단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 맞으면 불이익을 주는 식이어서 확실히 강요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접종 의무를 도입하면 그때 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일단 헌재가 이 사건을 각하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백신의 효과를 헌재에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구인들이 백신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토대로 한 평등권 침해가 자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효과 입증에 대해 중증 환자 비율이나 확진자 감소 추이 등 수치와 함께 현 사태의 중대성 등도 고려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이 중대하면 효과가 조금 낮더라도 ‘백신패스가 필요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헌재가 차별의 문제인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 뒤 청구인이 주장하는 여러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하나의 기본권만 심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이를 기본권의 경합이라고 한다”며 “여러가지가 경합할 경우 가장 밀접한 기본권의 침해 여부만 판단해 모든 기본권에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 신체의 자유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중심 판단이 될 수 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위헌 판단을 받으면 방역패스 조치는 실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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