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말 이틀 동안 오미크론 감염자 수가 114명 늘어났다. 언제 어디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는지 모르는 확진자들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지 않았던 한국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 영국, 미국 등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지역사회 ‘조용한 전파’ 우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 수는 376명이다. 이들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확진자 177명까지 합치면 오미크론 변이와 연관성이 있는 확진자는 총 553명에 달한다.
오미크론 감염자 376명은 전날인 25일보다 33명 늘어난 수치다. 25일엔 24일(262명)보다 81명 증가한 343명이었다. 이틀 동안 114명이 증가한 것이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발생 초기만 해도 해외 입국자를 중심으로 나왔지만 최근엔 감염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사회 내 ‘n차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오미크론 감염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오미크론 감염자는 지자체별로 광주 전북에서 2명씩, 대전 경남 강원에서 1명씩 총 7명 나왔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확진자가 나오면 이 확진자를 감염시킨 선행 확진자에 대한 격리 등 감염 확산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그 사이 지역사회 내에선 ‘조용한 전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가 사실상 한계에 다다르면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지역사회에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보다 더 많은 오미크론 감염자가 퍼져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오미크론 집단감염의 첫 환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전북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집단감염은 감염자 수가 48명에 이르지만 첫 환자가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남과 강원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집단감염 역시 방역당국이 아직 첫 환자의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이 오미크론 위험 더 클 가능성도
국내에선 미국이나 영국보다 오미크론 변이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적어 감염을 통한 자연면역 인구 수 자체가 적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을 때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는 비율이 해외보다 오히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다시 감염될 경우 최초 감염 환자에 비해 입원 위험이 55~70% 낮았다. 면역 체계가 재감염 자체를 막지는 못해도, 코로나19에서 회복한 경험을 살려 중증이 될 위험을 낮춰준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영국 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중 9.5%는 재감염 사례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국내 인구 중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자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영국(17.3%)이나 미국(15.4%), 프랑스(13.2%)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경우 국내 인구의 98%가 자연면역이라는 ‘방패’ 없이 싸워야 한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내년 1월 말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될 수 있다고 내대보고 있다.
결국 부족한 자연면역 수준을 대체하기 위해선 한국이 해외보다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연면역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의료 체계에 심각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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