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말 이틀 동안에만 오미크론 감염자 수가 114명 늘어났다. 감염 발생도 16개 시도에서 확인됐다. 특히 언제 어디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는지 모르는 확진자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전체 인구 대비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지 않았던 한국은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 영국 미국 등 해외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전국 16개 시도서 확인…커지는 지역 감염 우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 수는 376명이다. 이들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확진자 177명까지 합치면 오미크론 변이와 연관성이 있는 확진자는 총 553명에 달한다. 주말 이틀 동안 114명이 추가됐다. 25, 26일 0시 기준으로 신규 감염자가 각각 81명, 33명 발생했다. 26일 환자 33명 중 해외 유입 감염자가 23명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15명이 미국에서 입국했다. 울산에서는 20일 미국에서 입국한 뒤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의 가족 2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당국이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충남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발생 초기만 해도 해외 입국자를 중심으로 나왔다. 하지만 최근엔 감염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역사회 내 ‘n차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오미크론 감염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광주 전북 2명씩, 대전 경남 강원 1명씩 등 총 7명이다.
감염 경로를 모를 경우 선행 확진자 격리 같은 방역 조치가 어렵다. 그 사이 방역당국의 조사 범위 바깥에서 지역사회 내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조사가 사실상 한계에 다다르면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지역사회 내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보다 더 많은 오미크론 감염자가 퍼져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최초 감염 경로를 밝히지 못한 경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집단감염은 감염자 수가 48명까지 늘었지만 아직 첫 환자의 감염 이유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남 거제와 강원 원주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집단감염도 같은 상황이다.
○ 자연면역률 낮은 한국…믿을 건 부스터샷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에 따른 위험이 미국이나 영국보다 한국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그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 수가 적어 감염을 통한 자연면역 인구가 적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을 때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는 비율이 해외보다 오히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다가 완치된 환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다시 감염될 경우 최초 감염 환자에 비해 입원할 위험이 55∼70% 낮았다. 면역 체계가 재감염 자체를 막지는 못해도 코로나19에서 회복한 경험을 살려 중증이 될 위험을 낮춰준다는 뜻이다. 최근 영국 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가운데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재감염된 경우가 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많은 만큼 중증 비율이 낮아진다는 해석이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전체 인구 중 코로나19 감염 후 완치자 비율이 1.2%에 불과하다. 영국(17.3%)이나 미국(15.4%), 프랑스(13.2%)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경우 국내 인구의 98%가 자연면역이라는 ‘방패’ 없이 싸워야 한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내년 1월 말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부족한 자연면역을 대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자연면역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의료 체계에 심각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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