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되풀이에 시민들 둔감해져
첫 주말 18, 19일 453만명 이동… 직전 주말대비 감소폭 1.5% 그쳐
작년 ‘5인금지’ 때 403만명보다 많아
번화가 유동인구 20% 넘게 늘어… 손님 몰린 백화점 식당-매장 북적
“예약하지 않았으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25일 저녁 서울 강북구의 한 백화점 프랜차이즈 식당을 찾은 손님 권모 씨(37)는 점원에게 이 같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당에 손님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가족 단위로 서너 명씩 길게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권 씨는 “한파를 피해 교외 대신 백화점을 찾았는데, 크리스마스라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응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등 고강도 방역 규제를 도입했지만 연말을 맞은 서울의 거리가 붐비는 정도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역 규제 강도가 비슷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유동인구가 오히려 12% 이상 늘어났다.
27일 서울시 서울생활인구 자료에 따르면 방역조치가 강화된 뒤 첫 주말인 이달 18, 19일 서울의 ‘하루 최대 이동 인구’는 평균 453만6874명이었다. 수도권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지난해 12월 23일 뒤의 첫 주말(26, 27일 평균 403만5351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12.4%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방역 규제 강화 이전 주말(12월 19, 20일 평균 413만2593명)과 비교해도 9.8% 많았다. 이 수치는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 통계, 통신사 기지국 접속 데이터 등을 근거로 산출한다.
특히 강남구를 비롯해 번화가 규모가 큰 자치구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비교적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 19일 중구 종로구 강남구 등의 유동인구는 지난해 12월 셋째와 넷째 주말에 비해 각각 24.8∼33.3% 증가했다. 용산구와 영등포구 등도 각각 20∼27%가량 늘었다. 시민들이 주로 백화점 등 대형 실내시설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백화점 장난감 매장 직원 A 씨는 26일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보다는 손님이 꽤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25, 26일 저녁 강남역 인근과 홍대거리 등에서는 청년들이 술집 등에 몰리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에 따라 방역 규제 강화 직전 주말(이달 11, 12일 460만6390명) 대비 유동인구 감소 폭은 1.5%에 머물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주말(2019년 12월 28, 29일 평균) 유동인구는 545만여 명이었다.
올해 말 지난해 대비 유동인구가 일부 증가한 배경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와 완화가 되풀이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거리 두기에 상대적으로 둔감해진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시행과 연장이 반복될수록 국민들의 수용성과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도 코로나19 확산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폭넓은 정보 공개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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