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춥고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는 ‘삼한사온’ 현상이 예년에 비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한사온은 동아시아의 일반적인 겨울철 날씨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한파가 길게 이어지며 삼한사온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는 추위가 몰려왔다 풀렸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지난 26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5.5도로, 12월 하순 기준 1980년 12월29일(-16.2도) 이후 41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나타냈다. 강원 속초는 -14.9도로 1979년 12월27일(-14.7도) 이후 42년 만에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40도 이하의 공기가 북쪽으로부터 내려오면서 한파를 몰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닷새 전인 2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0.8도를 기록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기온이 16도 넘게 오르락 내리락 한 것이다.
지난 20일 시작된 온화한 날씨가 23일까지 이어졌고, 이 기간 서울의 최저 기온은 계속 평년 기온(-3.2~-3.6도)을 1~3도가량 웃돌았다. 20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11.1도까지 올라 평년 3월 중순(3월15일, 11.3도)에 해당하는 봄 날씨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이처럼 짧은 한파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며 한겨울처럼 추웠다가 봄처럼 따뜻해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말마다 강추위가 나타났다. 금요일인 17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10.1도를 기록해 하루 만에 기온이 13도 넘게 곤두박질쳤다. 18일에는 기온이 더 낮아져 평년치(-4.1도)를 크게 밑도는 -11.2도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달 들어 찬 공기가 내려와 머물다가 다시 변질되면서 평년 기온을 회복하는 등 주기적으로 한파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겨울철에는 시베리아 쪽에 있는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기온이 많이 내려가고, 이 고기압이 남쪽의 따뜻한 공기에 의해 일시적으로 약해지면 평년 기온을 회복하고, 다시 찬 공기가 내려오면 추워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삼한사온 현상이 사라지는 추세를 보였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환경과학과 교수는 “북극 진동과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과의 상관성이 높아지면서 전형적인 삼한사온 패턴이 무너지고, 십한십일온·이십한이십일온처럼 훨씬 더 긴 추위와 따뜻한 시기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 교수는 “그러나 올해의 경우 주중에는 비교적 따뜻했다가 주말에는 추운 패턴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온 변동성을 지배하는 시스템이 북극 진동에서 시베리아 고기압으로 바뀐 것인지 아니면 한해에 국한한 현상인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긴 주기로 보면 겨울철 기온 변동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며 “계속 추운 것보다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취약계층에 훨씬 위협적”이라고 덧붙였다.
변동성이 큰 날씨는 올해 겨울철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3개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새해 1월 기온은 평년(-1.5~-0.3도)과 비슷하거나 높겠으나 기온 변화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2월도 평년(0.6~1.8도)과 비슷하나 일시적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날이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