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당초 일찌감치 경구용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MSD(머크)의 치료제보다 먼저 국내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7일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 승인을 밝히면서 MSD의 치료제(라게브리오)에 대해서는 “안전성, 효과성 자료에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월17일 MSD는 자사의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를 우리 식약처에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화이자는 11월10일 팍스로비드에 대한 품질·비임상 자료에 대한 사전 검토를 신청하긴 했지만,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것은 지난 22일이었다.
팍스로비드가 5일만에 승인이 난 반면 라게브리오는 아직 검토 중인 것이다. 지난여름 라게브리오가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먼저 주목 받았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결과를 달리한 가장 큰 이유는 효과성이다. 팍스로비드의 임상 결과 전체 대상 환자군 98%가 델타 변이 확진자였는데, 투여군은 시험군 대비 입원 또는 사망 비율이 88% 감소했다.
반면 MSD는 지난달 말 고위험군 대상 임상시험에서 자사약 복용 시 입원·사망 확률이 약 30% 감소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입원·사망 예방효과 50%라는 기존 임상 효과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사전 구매 계약을 전면 취소했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부 장관은 현지 보도채널 BFM TV에 출연해 머크의 치료제와 관련 “최근 연구 결과는 좋지 않았다”며 “프랑스는 1월 말 이전에 화이자 치료약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용에 있어서도 팍스로비드가 라게브리오보다 자유롭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2일(현지시간)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 이후 23일(현지시간) 뒤이어 라게브리오도 승인했다.
그러나 FDA는 라게브리오를 승인하면서 “추가적인 치료 옵션”이라며 “다른 치료제가 접근 불가능하거나 임상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만 제한된다”고 밝혔다. 라게브리오는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있어 임신부의 사용은 어렵고, 가임기 여성은 복용하는 동안, 남성은 복용 후 최소 3개월 피임해야 한다.
반면 팍스로비드는 우리 식약처와 FDA 모두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경증, 중등증의 성인, 12세 이상 소아에 사용을 허가했다. 간이나 신장에 장애가 있으면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제한되지만, 임신부의 경우도 유익성이 유해성을 상회한다고 판단되면 투여가 가능하다.
가격 측면에서도 팍스로비드가 라게브리오보다 우위에 선다. 라게브리오는 1인당 800달러(약 83만원)선이지만, 팍스로비드는 530달러(약 63만원)선으로 더 저렴하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두가지 약을 임상 시험 결과만 비교해도 88%인 화이자와 30%인 머크는 비교가 안되게 적다”며 “부작용 이슈도 아직 남아 있어서 머크는 확실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치료제를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는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팍스로비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일부 신장이나 간이 나쁜 사람은 사용하기 어렵지만, 부작용이 거의 없다. 머크의 약은 임신한 경우나 18세 미만에는 사용이 어렵다”며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나 항체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총 60만4000명분(MSD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 화이자 팍스로비드 36만2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마쳤으며, 내년까지 100만4000명분에 대한 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백 교수는 “초기에 많은 물량이 들어오면 그정도 물량이어도 문제가 없다.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우선 처방한다고 하면 5만~6만개 정도 한달에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시간이 지나면 복제약이 나올 수 있게 해서 내년 하반기가 되면 물량이 많이 풀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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