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야당, 학계에 대한 전방위 사찰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무용론’이 거세다. 야당은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처장이 사찰 의혹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검경에 고발된 사건들도 쌓여가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언론인·정치인 뿐 아니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더기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연일 추가되고 있다. 공수처의 유감 표명과 수사절차 점검 약속에도 불구, 공수처장을 겨냥한 수사와 사퇴 촉구가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까지 거론하며 공수처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가 저에 대해 통신자료를 조회하고도 ‘조회한 사실이 없다’며 거짓말까지 했다”며 “공수처에 대해 직권남용 뿐 아니라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이미 김 처장은 언론사찰 의혹과 관련해 여러 차례 고발된 처지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이 22일 김 처장과 최석규 수사3부 부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건은 지난 24일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에 배당됐다. 23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대검에 김 처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같은 안양지청 형사3부에 배당됐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김 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경찰이 경기남부청에 배당해 지난 21일 수사에 착수했다. 이 단체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을 대상으로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공수처는 120명 이상의 기자와 일부 기자의 가족, 국민의힘 의원 39명, 시민사회와 학계 인사의 신상정보가 담긴 통신자료 조회를 조회했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신기자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 등 학회 임원진과 회원 20여 명에 대해서도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이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소 3명의 현직 기자에 대해선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을 들여다봤다. 법률상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인의 통화 및 메시지 착·발신 내역까지 통째로 털면서 취재원 색출을 위한 불법사찰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공수처의 통신영장 청구 대상이 된 언론인은 TV조선 기자 2명과 중앙일보 기자 1명이다. TV조선 기자 2명은 공수처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등을 보도했던 이들이다. 두 기자는 공수처 내사 단계에서 통신영장 청구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기자는 공수처가 정식 입건한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통신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는 공수처의 유감 표명으로 정리될 수준을 넘어선 분위기다. 공수처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 사안으로 번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공수처가 (전주혜 의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적 없다는)허위공문서까지 작성한 것”이라며 “공수처가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됐다. 당장 구속해서 감방에 보내야 할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류성걸 의원은 “공수처장은 즉각 사퇴하고 공수처는 해체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해체론에 내몰린 김 처장은 여야가 합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가 잡히면 직접 참석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특정기자의 보도를 문제삼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청구한 통신영장을 발부해준 법원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2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상한 수사, 이상한 영장’의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공수처가 위법한 수사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