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간 방치됐던 섬진강변 하동비행장 역사의 뒤안길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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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헬기 예비작전기지 지정… 장기간 사용 안 해 경관훼손 지적
21일 국무회의서 비행장 폐쇄 결정
‘치유의 숲’ 갖춘 휴양림 조성 위해 하동군, 부지매입 협상 진행 계획

경남 하동군 섬진강변에 설치된 하동비행장(빨간 점선부분). 하동군 제공
경남 하동군 섬진강변에 설치된 하동비행장(빨간 점선부분). 하동군 제공
약 60년간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됐던 경남 하동군 섬진강변의 하동비행장(헬기 예비작전기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비행장 자리에는 ‘치유의 숲’을 갖춘 휴양림이 조성된다.

경남 하동군은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28일 공포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하동비행장 폐쇄 안건이 포함돼 국방부가 군사 훈련을 목적으로 지정해왔던 하동비행장은 이날자로 완전히 폐쇄됐다.

길이 510m, 면적 2만7900m² 규모의 하동비행장(하동읍 비파리 128-1 일원)이 국방부의 헬기 예비작전기지로 지정된 것은 1963년. 육군 항공작전의 근거지로 사용하면서 전쟁 등 비상 상황일 때 항공작전기지로 쓸 비상활주로 성격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천연기념물 445호 하동송림과 섬진강 주변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국도 2호선 확장과 경전선 복선화 사업으로 경비행장 기능은 상실한 상태였다. 섬진강에서 재첩을 수확하는 어민들은 비행장 때문에 먼 길을 우회해야 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0년 하동비행장을 주변 장애물과 도시개발 예정 등을 이유로 사용 제한이 예상되고 관리가 소홀한 기지로 평가했다.

하동군과 군민은 하동비행장 이전이나 폐쇄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2018년 ‘섬진강 수변공원 내 국방부 소유 부지 활용 청원서’를 시작으로 2019년 군민 1500여 명이 서명한 ‘경비행장 이전 촉구 탄원서’, 2020년 ‘경비행장 폐쇄 촉구 탄원서’를 청와대 국회 국방부 등에 제출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올해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을 방문해 하동비행장 폐쇄 당위성을 설명했고,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하동 방문 때도 비행장 폐쇄 건의서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비행장 폐쇄가 확정되자 하동군민들은 크게 반겼다. 정명채 영어조합법인 섬진강사람들 대표(54)는 “군사시설로 묶여 도시 발전을 방해한 비행장이 늦게나마 없어져 환영한다”며 “폐쇄 결정까지 다방면으로 노력해준 하동군과 군 당국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비행장 터를 사들여 군민들을 위한 숲으로 만들 계획이다. 비행장 부지에 인근 하동송림과 연계한 ‘하동 숲 조성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에 부지 매입을 위해 해당 부대와 국유재산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동군은 또 하동송림 주변의 테니스장 농구장 야구장 등 체육시설을 현재 건립 중인 하동스포츠파크로 이전하고 비행장에 10ha 규모의 휴양숲, 기념숲, 체험테마숲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윤 군수는 “하동군민들의 숙원과 지역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지적받아 온 비행장이 59년 만에 폐쇄됐다”며 “폐쇄된 비행장을 ‘알프스 하동’의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섬진강변#하동비행장#역사의 뒤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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