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하정이 끝내 5000만원 엄마 빚 대물림,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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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벗어난 아이들]
후견인인 외조부, 제도 이해 부족… 상속포기 신청 안해 빚 물려받아
채무 탈출, 개인파산외 방법 없어… 상속재산보다 큰 빚 면하는 法 시급

5월 25일자 A1면.
5월 25일자 A1면.
“주목도가 높은 법안들이 먼저 논의되다 보니 순서가 밀리면서 늦어지는 것 같아요….”

올 상반기에 미성년자 빚 대물림을 막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 5월 동아일보는 ‘빚더미 물려받은 아이들’ 연속 보도를 통해 의도치 않게 빚더미에 앉게 된 미성년자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보도를 전후(5∼7월)해 국회에는 미성년자가 원천적으로 상속 재산보다 큰 빚을 물려받지 않도록 하거나, 성년이 된 뒤부터 특별한정승인 신청 가능 기간을 계산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다.

일부 법안은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전문위원이 “종합적인 검토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후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7월 말에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함께 온라인 토론회도 열었지만 이후에도 별 진척은 없었다. 국회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협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내부 논의 등이 진행되고 있다”고만 밝혔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상속 대상자는 고인이 사망한 뒤 3개월 이내 상속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의사 표현이 없을 경우 단순승인으로 간주돼 빚도 상속된다. 상속된 빚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경우 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만 신청이 가능하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초등학생 하정이(가명·8)의 경우 자신을 홀로 키우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빚 5000만 원을 상속받았다. 생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대부업체에서 빌려 쓴 돈이었다.

장애로 거동조차 불편하던 외할아버지가 어렵게 법정 후견인이 됐지만 상속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기한 내 상속 포기를 신청하지 않았다. 딸 이름이 적힌 독촉장이 오는 걸 보면서도 ‘내가 어떻게든 책임지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렇게 되면 현행법상 개인 파산 외에는 하정이가 채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사례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국회 계류 중인 민법 개정안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상훈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최소한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뒤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차례 기회를 더 주는 방향의 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성년 빚 대물림#빚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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