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진행된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 시위로 열차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 혼잡이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2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시위를 시작했고 이 여파로 22분간 충무로 방면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전장연은 12월 한달 동안에만 여섯 차례 시위를 벌였다. 장애인들이 승강장 시위를 나선 것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예산 편성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이렇게 해야 그나마 시민, 국회, 언론이 관심을 가진다”며 이같은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누구에겐 불편한 하루였겠지만, 이런 불편함이 장애인들에게는 매일 겪는 현실”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동권 보장 시위는 2001년 4호선 오이도 역에서 70대 장애인 추락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하지만 20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지하철역 가운데 1호선 남영역과 외대앞역 7호선 남구로역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가 안 된 상태다. 이런 경우 장애인들은 계단 옆에 설치된 리프트를 이용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2017년 신길역에서는 리프트를 타려던 장애인이 추락해 또다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버스 가운데 4대 중 1대만 저상버스 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전국 버스 3만 5445대 가운데 저상버스는 27.7%인 9840대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경우 2022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내년에도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의 장애인 콜택시는 모두 619대인데 이용자 수가 3700명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한편 지난 20일 출근길 시위에 참가했던 한 장애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대신 사과한다. 저라도 출근하는데 시위 때문에 막힌다 생각하면 못 참을 것 같다”면서도 “장애인은 정부 복지가 아니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그런데 그 복지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장애인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시위로 인해 출근이 늦어지는 등의 피해를 보는 건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이어서 ‘을’과 ‘을’의 소모적인 갈등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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