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 트럭에 현금 다발과 저금통…22년째 이어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17시 15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 강화의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세밑이지만, ‘얼굴 없는 천사’가 온기를 퍼뜨린 소식이 전국 곳곳에서 속속 전해지고 있다. 전북 전주에선 익명의 기부자가 22년째 선행을 이어갔고, 부산에선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온 여성이 수백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29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분경 “성산교회 앞 트럭 적재함에 박스를 놓았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익명의 전화가 노송동 주민센터로 걸려왔다. 직원들은 교회 앞에 주차된 5톤 트럭에서 박스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노란 고무줄로 묶은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 편지를 적은 A4용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종이에는 “소년 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시고 따뜻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확인결과 성금은 총 7009만4960원이었다.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익명으로 성금을 전달해온 ‘얼굴 없는 천사’가 22년째인 올해도 선행을 베푼 것이다. 올해까지 누적 성금은 8억872만8110원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익명 기부는 부산에서도 이어졌다. 28일 오후 3시경 부산 수영구 광안1동 행정복지센터에 찾아온 한 여성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며 종이봉투를 건네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직원들이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지만 이 여성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말만을 남겼다. 봉투 안에는 현금 6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앞서 16일에도 부산 금정구 금사회동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저금통 두 개가 든 검은 봉지가 발견됐는데, 저금통에는 112만1790원어치의 지폐와 동전이 들어 있었다. 두 센터는 성금을 취약계층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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