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0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게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2005년 시작된 일본제철 징용 피해자들의 손배소 및 강제집행 절차가 16년 만에 마무리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97) 등 18명이 낸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해달라”는 신청에 대해 특별현금화명령(매각명령)을 내렸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한 지 약 3년 만이다.
매각 대상인 일본제철 자산은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사인 ‘포스코-닛폰스틸 제철부산물재활용(RHF) 합작법인(PNR)’ 주식 총19만4749주(액면가 9억7397만 원)다. 일본제철이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지 않자 이 씨 등은 법원에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고 매각해달라는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법원은 2019년 PNR주식을 압류했다. 이후 일본제철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주식 감정이나 심문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렸지만 실제로 일본제철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기까지는 1~2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 일본제철 측에 매각명령문이 송달된 이후 일본제철이 즉시항고 하면 매각명령의 효력이 임시 정지되기 때문이다. 대구지법에서 일본제철의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일본제철은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고, 대법원이 매각명령을 최종적으로 인용하면 다시 주식을 강제로 매각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일본이 강제집행과 관련해 외교적 전면전까지 예고한 상태에서 매각명령이 나온 것은 전향적 판단”이라며 “법원 입장에서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야 하니 사법적으로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8년 10월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의 원고 4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 씨는 고교시절이었던 1941년 총청남도 대전에서 보국대로 동원돼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로 강제 동원됐다. 이 씨를 비롯한 한국 청년들은 공장의 기숙사에서 훈련생처럼 같이 살았고 도주하다 발각되면 구타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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