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여객선 중단으로 ‘고립’
통영시, 최근 운항 재개 방안 모색
경제성 부족 등 이유로 해법 못 찾아
인근 카페리 경유 등 정부에 건의
“10년 넘게 뱃길이 끊겨 노인들이 아파도 병원에도 못 갑니다. 새해에는 배가 다니길 다들 고대할 뿐입니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오곡도 고정옥 이장(76)이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푸념을 쏟아냈다. 섬이 까마귀 모양을 닮았다는 오곡도는 면적 0.685km²의 작은 섬이다. 통영 척포항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져 있는 이 섬에는 주민 15명이 산다. 1970년대에는 40여 가구 300여 명이 살았지만 대부분 떠나고 60대 이상 노인들만 남았다.
육지에서 낚싯배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섬이지만 2006년 이후 승객이 적다는 이유로 정기 여객선 운항이 끊겼다. 2주에 한 번씩 다니던 낚싯배도 운항을 중단했다. 낚싯배로 승객을 나르는 것은 불법이다 보니 최근 통영해경이 단속을 하면서 낚싯배 선장들이 오곡도 운항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이장은 “그동안은 비싼 뱃삯을 내고도 낚싯배를 타고 다녔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불가능해져 휴지 등 생필품이 떨어져도 사러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장 소유의 어업선이 있지만 이 역시 일반인을 태워 이송하는 것은 불법이다. 최근 고 씨의 몸도 불편해지면서 이것조차 여의치 않게 됐다. 주민들이 고립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최근 통영시는 오곡도에 여객선 운항 재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가장 현실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국가 보조 항로인 한려카페리(통영∼추도)의 오곡도 경유 방안이다.
국가 보조 항로는 그동안 적자로 완전히 단절된 항로를 지정해 해마다 일정한 예산을 선주사에 지원해 값싸고 안정적으로 배를 운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통영∼추도 항로를 기존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려 운항하고, 주 1∼2회 오곡도를 경유하는 방안이다.
앞서 통영시는 이 방안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건의했지만 수산청은 통영∼추도 항로의 이용률 자체가 낮아 증편 예산 확보 명분이 없다고 반려했다. 증편 없는 오곡도 경유 방안은 추도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추도에서 육지까지의 운항시간이 약 30분 늦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통영시는 일반도선인 섬나들이호(달아 선착장∼학림도∼송도∼저도∼연대도∼만지도)의 오곡도 경유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선주사 측에서 주 2회 경유 시 연간 5000만 원의 적자 보전을 요구하고 있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해양소년단 해상택시를 투입해 운영하자는 방안도 나왔지만 이 역시 수익성이 떨어지고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오곡도 인근 해상 문제로 택시를 세울 수 있는 부잔교(선박의 계류를 위해 물 위에 띄워 만든 구조물)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영시 소유의 행정선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이 또한 비정기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고, 행정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남도 내 유인도 77곳 중 정기적으로 다니는 배편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섬은 오곡도를 포함해 15곳. 이 중 통영에 있는 섬이 오곡도를 포함해 읍도, 연도, 입도, 저도, 갈도, 납도, 초도 등 11곳이나 된다.
통영시 관계자는 “사천시가 최근 새마도(80여 명 거주)와 새신수도(300여 명 거주) 주민의 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해 선박을 직접 건조해 운영하는 사례도 검토하고 있지만 비용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특수한 경우 낚시선으로 승객을 수송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요청한 데 이어 한려카페리가 오곡도를 경유하도록 정부에도 건의했다”며 “우선 3억 원을 들여 큰 여객선이 오곡도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접안시설 개선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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