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윗선’ 의혹은 미궁인 상태에서 해를 넘기게 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이 국회의원과 법조계 유력 인사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 수사도 답보 상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정책실장을 지낸,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부실장의 참고인 소환조사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순께부터 정 부실장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해왔으나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 정 부실장이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됐고, 이에 그동안 입장 표명을 하지 않던 정 부실장은 지난 28일 “출석 일자를 조율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내년 1월 초순께 참고인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부실장은 민간사업자 특혜에 윗선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평가된다. 그가 있던 자리가 시장 바로 아래였던 데다가, 이번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을 맡을 만큼 가까운 사이로 분류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윗선’을 겨냥한 수사는 계속 험로가 예상된다. 사업협약서에 민간사업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되는 과정에 관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시공사)의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과 그의 하급자였던 김문기 개발1처장이 모두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연결고리가 끊긴 상황이다. 정 부실장을 조사한다고 해도 그의 진술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다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내달 10일 본격 시작되는 1심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들이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게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사업협약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로 성남도시공사에 수천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공범으로 보고 있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공사 사퇴 압박 의혹 수사도 미궁으로 빠질 수 있다. 황 전 사장이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 속 장본인인 유 전 개발본부장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유 전 개발본부장이 황 전 사장을 압박하면서 ‘정 실장’과 ‘시장님’을 거론한 진위를 가려내기 어렵게 된 것이다.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인 로비 의혹 수사도 최근 재개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검찰은 지난 30일 ‘50억 클럽’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곽상도 전 의원 의혹과 관련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의 청탁 요청으로 김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넘기게 도와준(알선수재 혐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하고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 약 25억원)을 받은 것은 앞선 도움의 대가일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곽 전 의원의 부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부탁이 컨소시엄 유지 결정에 실제 영향을 줬는지 등을 캐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의원은 “검사들은 제가 김 회장에게 부탁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근거가 김만배씨가 과거에 그런 얘길 남욱 변호사에게 한 적이 있다는 것이고 그 외에는 아무 자료가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과 함께 박영수 전 특별검사 조사도 재개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29일 박 전 특검을 재소환하려 했으나 박 전 특검 측의 요청으로 연기, 일정을 다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때 무죄가 확정된 선거법 위반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도 같은 의혹으로 지난달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고, 지난달 27일 한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퇴임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 고문료로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