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 밤 인증 명소는 ‘인파’ 식당은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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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31일 22시 47분


31일 오후 8시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맞은편 길가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 뉴스1
31일 오후 8시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맞은편 길가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 뉴스1
“카운트 다운도 못 보니까 분위기라도 내려고 왔어요.”

친구들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외관을 구경하러 온 정모씨(20대)의 말이다. 정씨는 “날씨가 너무 춥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올해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8시쯤 찾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건너편 길가에는 백화점 장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가득찼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외벽을 화려한 미디어 아트로 꾸며놓아 SNS상에서 ‘인증 명소’가 된 곳이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시민 약 150명은 각자 휴대전화로 백화점 속 영상 사진을 카메라로 담았다. 장식이 가장 잘 보이는 구역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3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전광판 라이트쇼가 펼쳐지자 이들은 연신 ‘예쁘다’ ‘실물보다 낫다’며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차도로 넘어가는 시민들도 있어 경찰이 현장에 펜스를 치고 통제했다. 또 형광조끼를 입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주세요. 음식물 섭취 금지’라고 적힌 팻말을 든 안내원도 보였다.

오후 9시가 지나면서 인근 식당에서 나온 사람들까지 몰려 길가가 가득 찼다.

50대 권모씨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온다고 해서 놀러 나온 김에 와봤는데 생각보다 더 예뻐서 좋다”며 “연말에 그냥 집에서 지내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나와보니 좋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나온 최모씨(40대)도 “아들이 너무 좋아하고 간만에 이렇게 화려한 것을 보니까 즐겁다”며 “올해 코로나19로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좀 더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적한 모습 © 뉴스1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적한 모습 © 뉴스1
반면 길가에서 조금 들어가면 나오는 명동 메인거리는 텅 비어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건물 곳곳에는 ‘임대’ 사인이 붙어있어 불이 완전히 꺼져 있었다. 불이 켜진 상점들에도 ‘세일’ 문구가 붙어있었지만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상인들은 찬 바람에도 핫팩으로 버티며 손님들을 맞았으나 1,2명씩 들렸다가 이내 발길이 끊기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호떡 장사를 하던 A씨(50대)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제야의 종소리를 보러 가려던 사람들이 명동을 지나가서 연말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작년부터 행사가 취소되면서 사람이 없다”며 “연말이라 그래도 기대했는데 장사가 안돼 빨리 문을 닫으려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묵 장사를 하는 구모씨(41)도 “작년 연말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새벽까지도 장사했는데 오늘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씨는 “이제 평일에는 장사가 아예 안돼서 주말에만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상황이 좋아져서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치찌개, 감자탕 등을 파는 식당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대부분 식당은 테이블의 3분의1 정도만 차 빈 테이블이 곳곳에 보였고, 손님들도 2,3명 이상 모이지 않았고,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전인데도 문을 닫은 식당도 있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국모씨(50대)는 “인원제한이 생기면서 1,2달전부터 잡혔던 연말 예약들이 다 취소됐다”며 “연말이 사람들이 단체로 모이는 대목인데 거리두기로 인해서 타격을 많이 입었다”고 했다.

국씨는 “코로나19로 연말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며 “내년에 코로나19가 없어지기 힘들면 장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50년 넘게 갈비집을 운영하는 신인철씨(72)도 “코로나19로 가게를 접고 싶었을 때도 많았지만 단골손님들이 찾아줘서 버틸 수 있었다”며 “내년에 코로나19 상황도 나아지고 이 고비를 나아갈 수 있도록 좋은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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