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시의회 예산전쟁, 새해 3시간 남기고 매듭…득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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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1일 08시 37분


12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12.22/뉴스1
12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12.22/뉴스1

역대 최대인 44조원 규모의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이 2021년 마지막 날에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오세훈표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얻었고 시의회는 코로나19 생존지원금과 TBS 출연금, 시민단체 예산을 일정 부분 확보했으나 양쪽 모두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의회는 31일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1442억원 늘어난 44조219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당초 양측은 지난주에 예산을 확정하려 했으나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거듭하다 오후 9시15분에야 결론을 지었다.

시의회가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전액 삭감했던 오세훈 시장 공약 사업은 상당수 복원됐다. Δ서울런 133억원 Δ안심소득 35억원 Δ안심키즈카페 62억원 Δ온서울건강온 35억원 Δ청년 대중교통 지원 78억원 등이 편성됐다.

1일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계획했던 금액이 모두 배정되진 않았으나 시장 역점사업을 일단 시작할 수 있는 예산이 생겨 고맙게 생각한다”며 “내부에서는 ‘완전한 성공’은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협상이 잘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금천구 청년취업사관학교 금천캠퍼스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1.12.28/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오후 서울 금천구 청년취업사관학교 금천캠퍼스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1.12.28/뉴스1
이번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코로나19 생존지원금은 서울시가 제안한 수준인 7998억원에 합의됐다. 시의회는 처음에 3조원을 제안했으나 서울시 “소상공인 지원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재정적인 문제로 1조원 이상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엿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2022년 손실보상금 예산으로 2조2000억원을 편성했는데 우리도 추경 등을 통해 진행하자는 이야기는 있었다”며 “어쩌면 시의회의 제안으로 미리 편성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A 시의원은 “우리가 주도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는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 모범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은 큰 성과”라며 “처음 언급한 금액에서 3분의 1이 되지 않는 규모만 확정된 점이 아쉽기 때문에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증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생존지원금 외에도 오 시장이 대폭 깎으려고 했던 TBS 출연금, 시민단체 예산을 상당 부분 지켜냈다. 서울시는 당초 TBS 출연금을 올해 375억원에서 122억원 깎은 253억원으로 편성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320억원이 확정됐다.

서울시가 ‘서울시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832억원 삭감을 시도한 민간 위탁·보조금 사업 관련 예산은 200억원 가량 복원했다. 최종 의결된 예산은 1156억원으로 2021년도 본예산보다 632억원 적다.

시의회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리가 진 싸움이었다”는 한탄도 나온다. 상임위 단계에서는 오 시장 역점사업과 ‘박원순 지우기’를 막았으나 생존지원금 이슈가 나오면서부터 사실상 모든 것을 양보했다는 주장이다.

B 시의원은 “생존지원금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는 물론 연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나중에 생색은 집행부가 낼 것 같다”며 “집행부와 의회는 남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도운 것이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C 시의원은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막판엔 심해져서 서울시와의 협상보다 내부 협상이 어려웠던 것 같다”며 “의결 이후에는 당연히 내부 갈등을 해소했으나 우린 자존심과 실리 모두 크게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 구도는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D 시의원은 “오 시장이 연임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시의회가 발목을 잡아 일을 제대로 못했으니 도와주자’는 동정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며 “오 시장 반대편 당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제대로 막지 못했으니 심판하자’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서울시 예산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라며 “양쪽이 모두 싸우는 모습만 시민들에게 보여줘서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것은 물론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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