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가 아닌 민간 재단이 돈을 빌려주는 것을 알선했더라도, 등록하지 않았으면 무등록 대부중개업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알선 대상이 대부업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수수료를 받고 대출을 도왔다면 대부중개업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등록을 하지 않고 대부중개업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험설계사였던 A씨는 한 교회가 운영하던 C재단 소속 목사들의 자산을 관리하며 신뢰를 쌓았고, 자신의 친구와 함께 C재단의 돈을 대출받기를 원하는 곳을 찾아 재단 이사를 설득해 대출을 성사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A씨와 친구는 20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대부중개업을 등록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이 밖에 A씨는 C재단의 감사 업무를 맡아 재단 기금 100억원을 특정 증권사에 유치하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은 “A씨는 C재단 인사들과의 친분 등을 바탕으로 투자 의사결정에 관한 영향력을 갖게 돼 재단의 기금 이관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며 “재단 기금에 대한 무등록 대부중개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득액 또한 20억여원에 이른다”며 A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 B씨에게는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이 대부업을 한 게 아니라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C재단은 대부업체로 돈을 빌려준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단지 재단의 정관이 바뀌어 돈을 빌려준 것뿐이므로 현행법상 대부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이처럼 C재단의 행위가 대부업이 아닌 이상, A씨 등이 대출을 알선해준 것 역시 대부중개업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C재단과 별도로 A씨 등의 행위가 대부중개업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을 바꿨다.
현행법은 대부중개업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사전적 의미를 고려했을 때 대부중개는 거래 당사자 간 금전의 대출을 알선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또 무등록 대부중개업으로 처벌하기 위해선 어떠한 목적으로 대출을 알선했는지, 무슨 도움을 줬는지, 대부중개에 따른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알선 대상이 대부업을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중개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대부거래를 주선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연금재단의 대부가 대부업 영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A씨 등의 행위는 대부중개에 해당한다”면서, “원심으로선 A씨 등의 업무가 대부중개에 해당하는지, 수수료가 대부중개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등을 심리해야 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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