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부터 이상징후” 고양시, 유독 ‘땅꺼짐 현상’ 잦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일 19시 54분


2일 오전 붕괴 우려로 긴급대피령이 내려진 경기도 일산 마두역 인근 상가건물 인근 도로에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있다.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해당건물은 12월 31일 오전 11시 34분께 건물지하 3층 기둥이 일부 파손됐다는 사고신고가 접수됐고 상가 입주민과 주변 건물 상인 등 300여명이 긴급대피했다. 사진 뉴스1
2일 오전 붕괴 우려로 긴급대피령이 내려진 경기도 일산 마두역 인근 상가건물 인근 도로에 지반침하 현상이 일어나있다.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해당건물은 12월 31일 오전 11시 34분께 건물지하 3층 기둥이 일부 파손됐다는 사고신고가 접수됐고 상가 입주민과 주변 건물 상인 등 300여명이 긴급대피했다. 사진 뉴스1
“3년쯤 전부터 이 앞 도로가 꺼진 걸 2, 3번 정도 봤거든요. 구청에서 보수했는데도 인도가 계속 다시 꺼지더니만….”

2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그랜드프라자 건물 앞에서 만난 인근 주민 이경숙 씨(57)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이 건물 지하 3층 기둥이 파열되며 입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게다가 건물 앞 도로 지반까지 침하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인근 상인과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 5년 전부터 이상 징후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이 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지반침하 및 건물 붕괴위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와 고양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최종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현장조사와 함께 고양시 주관으로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지하구조물 보강작업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경기도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이 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지반침하 및 건물 붕괴위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와 고양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최종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현장조사와 함께 고양시 주관으로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지하구조물 보강작업도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경기도
2일 본보 취재 결과 수년 전부터 이 건물 앞 도로 지반이 여러 차례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로드뷰’를 보면 2019년 10월 촬영 사진에선 비교적 평평하게 보이던 건물 앞 도로가 2020년 11월 이후 사진에는 확연하게 꺼져 있었다. 주민 안모 씨(57)는 “4, 5년 전에도 사고 지점에서 상수도관이 터져 보수공사가 이뤄졌다”며 “이후 지반이 점점 내려 앉아 여러 차례 공사를 했다”고 돌이켰다.

주민들은 이번 사고 현장 뿐 아니라 근방에도 지반 침하 위험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마두동과 인접한 백석동의 신축공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도 지반침하 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난 탓이다.

고양시는 2016년 이후 이 일대에서 지반 침하와 도로 균열 현상이 8차례 일어났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에는 백석동 알미공원 앞 5개차로 약 20m가 1m 깊이로 침하되기도 했다. 그랜드프라자 건물에서 약 200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주민 김모 씨(58)는 “혹여나 이 근방이 전반적으로로 취약한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고양시는 2일 그랜드프라자 건물의 정밀 진단검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일산신도시 전체의 지반이 취약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백석역, 마두역 일대의 경우 자갈과 모래층 위에 흙을 매립해 조성했는데, 지하수가 흙과 함께 흘러가면서 빈 공간이 생겨 침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도 “일산 일대는 한강과 가까운데다 모래 지반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양시도 2019년 12월 “지하 3층 아래는 토질이 모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건물 신축 시 지하 3층 이하 터파기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이봉직 한국교통대 건설환경도시교통공학부 교수는 “일대가 매립지역이어서 침하가 발생했다면 인접 건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어야 한다”고 했다.

●“지반 조사 범위 확대해야”

사진 뉴스1
사진 뉴스1

국토교통부 지하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최근까지 고양시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는 총 23건이었다. 2019년 이전의 사고 18건은 노후 하수관 손상(17건)과 굴착공사(1건)가 원인으로 나타났지만, 2020년 이후 사고 5건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해당 건물과 주변만 포함된 지반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은 지질조사국(USGS)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토질과 지하수 흐름을 조사한다”며 “건물 주변 지하수 흐름을 알면 미리 취약 지대를 보강해 지반 침하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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