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쪼개기 증여로 설립된 제주시의 한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이 결국 법원으로부터 설립인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현룡 부장판사)는 A씨가 제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 확인 및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제주시가 지난 2018년 12월31일 시내의 한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내준 설립인가에 하자가 있다는 A씨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정비구역 내 비주택단지 3개 필지(870.9㎡) 중 사실상 2개 필지(615.8㎡)를 가진 B씨가 가족 5명에게 토지·건물 일부를 증여한 뒤 이들로부터 합의서를 받아 제주시에 조합 설립인가를 신청했음에도 제주시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시는 해당 신청이 비주택단지 토지·건물 소유자 7명 중 6명(85.7%·A씨를 제외한 B씨 일가족)의 동의와 70.7%의 토지면적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보고 설립인가를 내줬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현행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재건축 조합 설립 동의요건(4분의 3 이상 동의)을 잠탈하기 위한 편법 내지 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B씨 일가족 간 증여·합의가 없었다면 동의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던 점, B씨 일가족이 소유권 이전 등기가 끝나자 마자 불과 6일 만에 합의서를 체결한 점, 특히 당시 B씨로서는 우호적인 소유자를 인위적으로 확보하는 것 외에 정비구역 내 부동산 일부를 가족들에게 증여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재판부는 “조합 설립 동의는 정비사업 시행 권한을 가지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설정해 주기 위한 조합 설립인가 처분의 전제일 뿐 아니라 소유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의 하자는 중대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는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을 잠탈한 경우로서 조합 설립인가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하자는 명백하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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