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기, 수증기량에 더 민감
기온 구조에 따라 눈-비 바뀌기도
강수량 같아도 적설량 천차만별
눈이 온다는 소식에 설레는 이들도 많겠지만 출근길이 걱정인 직장인들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폭설이 싫은 건 기상청도 마찬가지다. 부정확한 예보 탓에 ‘양치기 소년’이 되기 일쑤여서다.
예보관들은 각종 기상 예측 중 가장 어려운 게 적설량 예측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강수 여부를 판단하기 까다롭고, 비나 눈 가운데 어떤 형태로 쏟아질지 예측이 어려워서다. 지표 상태에 따라서도 적설량이 달라진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강원지역을 덮쳤던 폭설이 좋은 예다. 당초 기상청은 12월 24, 25일 강원 영동지역에 최대 20cm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25일에는 “최대 30cm 안팎”이라고 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실제 적설량은 속초 55.9cm, 주문진 42.7cm 등 예측을 크게 웃돈 곳이 많았다. 왜 눈 예보를 제대로 하는 게 어려운 걸까. 기상청에 그 이유를 물어봤다. ① 겨울 대기 관측이 더 어렵다=여름 기온이 30도일 때 지상의 건조한 공기 1kg에는 최대 30g의 수증기가 담긴다. 겨울에는 담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크게 줄어든다. 영하 15도에선 같은 30분의 1 수준인 1g에 불과하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수증기가 생기면 비나 눈의 형태로 내리게 된다. 여름에는 공기 중 수증기량이 몇 g씩 늘거나 줄어도 30g을 넘기 전까진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철엔 단 0.1g의 수증기량 변화로도 눈이 오고 안 오고가 결정된다. 그 변화가 워낙 미세해 관측이 어렵고, 강수 예측도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②눈일까? 비일까?=떨어지는 형태가 눈일지, 비일지 예측이 어려울 때도 많다. 대기 상층과 하층의 기온 구조에 따라 눈이 비가 될 수도, 비가 눈이 될 수도 있는데 분석이 그만큼 세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지상 부근의 기온이 영상이면 눈이 내리다가도 녹아서 비가 된다. 그런데 영상 기온 층의 고도가 낮거나, 영상 층의 기온이 0도 부근이면 눈이 녹지 않고 쌓일 때도 있다.
③녹을까? 쌓일까?=지상 기온이 영하라면 눈은 대개 쌓인다. 그러나 낮에 지표면이 가열된 상태에선 내린 눈이 금방 녹아버린다. 지상 기온이 영상이더라도 내린 눈이 덜 녹은 상태에서 눈이 더 오면 쌓일 때도 있다. 실제로 지상 기온이 2도일 때 눈이 쌓이기도 한다. 적설량을 예보할 때 이 모든 변수를 감안할 수 없기 때문에 오차가 생긴다.
④같은 강수량에도 적설량은 다르다=적설량을 예측할 때 ‘수상당량비’라는 개념을 쓴다. mm 단위로 관측되는 강수량이 몇 cm의 눈으로 쌓일지 계산하는 방법이다. 물이 눈으로 바뀌는 비율로, 보통 10배 정도다. 강수량 1mm로 예측된 눈구름에서 1cm의 눈이 내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구름 형태 등 대기 조건에 따라 실제 적설량은 천차만별이다. 강수량 0.5mm일 때 3cm의 적설량을, 5mm 강수량에서 1cm 이하의 적설량을 기록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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