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낸 ○○○ 축복합니다”…교회 요양원 입소자들 매주 ‘속앓이’

  • 뉴스1
  • 입력 2022년 1월 4일 10시 10분


교회 목사가 대표로 재직중인 요양원에서 헌금 명단을 호명해 입소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News1 DB
교회 목사가 대표로 재직중인 요양원에서 헌금 명단을 호명해 입소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News1 DB
교회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 주일 예배를 보면서 헌금명단을 호명해 고령의 입소자들이 예배때 마다 눈치를 본다는 하소연이 제기됐다.

광주에 거주하는 A씨(52·여)는 3일 전남 완도의 한 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매주 일요일마다 시설에서 보는 예배에서 헌금을 낸 사람들만 따로 이름을 불러 마음이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주머니 사정이 다 뻔하지 않냐”면서 “어머님은 그나마 2000원씩 헌금을 내지만, 이마저도 내지 못한 분들이 예배 시간이 되면 안절부절 못한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해당 시설에 확인해 본 결과 사회복지법인 A재단이 운영하는 해당 노인전문요양원은 완도지역 한 교회 목사가 대표로 재직중이다.

재단은 양로원도 같이 운영하고 있으며 양 측의 입소자는 모두 58명에 이른다.

일요일 예배는 요양원과 양로원 입소자들을 시설 한 곳에 모아놓고 목사가 재직중인 교회의 예배를 TV 화면을 통해 중계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예배 전 시설직원이 헌금 봉투를 미리 배포해 거둔 후 예배가 끝날 때쯤 목사가 직접 헌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기도를 드리는 형식이다.

A씨는 “돈 낸 사람만 부르니 눈치보다 어머니도 할 수 없이 헌금을 내게 됐다”면서 “입소자들이 전부 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호명까지 하며 헌금을 강요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요양원 측은 “헌금을 냈는데도 이름을 불러 축복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어 호명을 해 왔다”면서 “어르신들이 헌금 호명을 불편해 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론 헌금 명단 호명을 하지 않도록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완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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