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적용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효력을 정지하면서 방역패스 도입 이후 계속된 미접종자 차별 논란 속에서 처음으로 미접종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장 10일부터 백화점과 마트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되고 3월부터는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인해 방역패스를 둘러싼 반발은 더 커질 전망이다.
● 백신 안 맞은 성인도 학원 이용 가능
지난달 6일부터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방역패스가 적용되면서 19세 이상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이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본안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19세 이상은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시설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의 경우 직접적인 변화는 없다. 청소년 방역패스는 3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이라 지금도 청소년들은 누구나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안 소송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이 이번 결정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청소년 방역패스가 신체결정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소년의 감염 가능성과 가족 및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 ‘줄소송’ 후폭풍 예상… “접종률 둔화 우려”
현재 방역패스 적용 대상은 학원과 독서실 외에도 식당·카페 등 총 16개 업종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다른 시설 업주나 이용자들이 ‘줄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지난해 12월 31일 방역패스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도 7일 심문 기일을 앞두고 있다.
식당, 카페 등에 대해서도 방역패스 취소 주장이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재판부는 “학원·독서실 등은 이용 시간 동안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운영자도 방역수칙 준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결정 이유로 들었는데, 음식을 먹는 시설은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는 차이점이 있다.
청소년 접종률 및 일반인의 3차 접종률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있었던 만큼 접종을 단념하는 사람이 늘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미접종자 위험성’ 둘러싼 시각차
법원과 방역 당국은 방역 패스의 핵심 근거인 ‘백신 미접종자로 인한 위험성’을 두고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던 지난달 2주차에 12세 이상 전체 백신 미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15%(1000명 중 1.5명), 12세 이상 전체 백신 접종자 중 감염자 비율은 0.07%(1000명 중 0.7명) 정도로 각 집단의 감염 비율 자체가 매우 낮고 그 차이가 현저히 크지 않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주장은 다르다. 미접종자를 줄여야 확진자가 줄고 의료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금처럼 유행 규모가 크고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는 미접종자의 감염을 최소화하고, 중증 의료체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에서 방역패스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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