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 대응 체계를 앞으로 4주 내에 과학적이고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국내 감염병 권위자의 주장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의 본격 전파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2년이 지난 ‘K방역’의 틀을 허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64·사진)는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코로나19 방역지침은 대부분 2년 전 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 지식이 많이 쌓이고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 만큼 엄격한 방역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방역 체계 변화의 계기로 꼽았다. 그는 “2월이면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위세를 떨칠 것”이라며 “남아 있는 한 달의 ‘골든타임’ 동안 방역 가이드라인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까지 나타난 오미크론 변이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빠른 확산 속도와 낮은 중증 악화 비율이다. 반면 국내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은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당시와 마찬가지로 위중증 환자 위주로 설계돼 있다.
오 교수는 이런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장기간 음압 병실에 입원시키는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코로나19 환자들의 수술을 모두 음압 수술실에서 진행하는 것 역시 비상시 대응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주복’ 수준의 코로나19 의료진 방호복 착용을 최소화하고,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를 일반 장례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환자 전염력 1주면 사라져, 의료 마스크-기본 방호복이면 충분 시신 코로나 검사는 비과학적… 사람 죽으면 바이러스 더 살지못해 오미크론으로 日 확진 1만명 전망… 격리기간 줄이고 치료환자 늘려야”
“왜 의료진이 여전히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어야 합니까. 왜 지금도 환자들이 모두 음압병실에 입원합니까. 과도한 ‘K방역’ 기준으로는 환자 급증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64)는 4일 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감염병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계기로 국내 첫 음압격리실을 만들었다.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 치료 지침을 만드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앞으로 바뀌어야 할 코로나19 대응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역 기준 중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정부의 지침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때 반드시 음압병실에 가도록 했다. 수술도 반드시 음압수술실에서 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하루 1만 명을 넘어서면 불가능해진다.”
―음압병실은 환자를 위한 거 아닌가.
“음압병실은 환자의 바이러스가 의료인이나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환자를 화장실이 딸린 1인용 일반병실에 입원시킬 수 있다고 권고했다. 코로나19 환자의 전염력은 일주일 정도면 사라진다. 이런 환자는 격리를 풀고 일반병실에서 진료해야 한다.”
―코로나19 의료진은 우주복 수준의 방호복을 입고 진료하던데….
“에볼라처럼 치명률이 높거나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감염병을 진료할 때는 매우 높은 수준의 방호복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치명률을 모르고,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최고 수준의 방호복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용 마스크와 기본적인 방호복이면 충분하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는 그렇게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이 장례식장에 들어가려면 사후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학술적 근거도 없고 비과학적이다. 사람이 죽으면 바이러스도 더 이상 살지 못한다. 죽은 사람은 숨을 쉬지 않는데 어떻게 호흡기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나오겠나. 코로나19 사망도 한스러운데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 천륜을 저버리는 상황에서 우리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말할 수 있겠나.”
정부는 의료기관, 의료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내놓고 있다. 2020년 12월 31일자 최신 지침에도 여전히 코로나19 사망자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유가족 동의하에 ‘선(先)화장, 후(後)장례’를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코로나19 환자의 격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격리를 엄격히 하면 방역에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의료 자원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선 격리 기간을 줄이고 치료 대상 환자를 늘려야 한다. 방역과 민생 경제 사이의 균형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격리 기간을 5일로 줄였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백신과 치료제도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중반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오미크론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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