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남부도서관, 옥동 군부대 부지로 이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6일 03시 00분


정재락·부울경취재본부장

정재락 부울경취재본부장
정재락 부울경취재본부장
울산남부도서관 정문에는 울산이 발상지인 신라 향가 ‘처용가’가 새겨진 자연석이 있다. 도서관 마당에는 울산이 고향인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 흉상이 있다. 도서관 개관 당시인 1989년 3월과 이듬해인 1990년 1월 각각 세워진 것이다.

이 도서관과 직선거리로 180m 떨어진 곳에는 옥동 군부대가 있다. 울산석유화학공단 등의 방위를 위해 1984년 현재의 위치에 들어섰다.

주변이 온통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인 군부대는 보안 문제와 함께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전 요구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2018년부터 울산시와 국방부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군부대 이전을 본격 논의했다. 그 결과 2026년까지 군부대를 울산 울주군 창량읍 동천리 일원 17만4000m²로 이전한다는 합의 각서안이 지난해 12월 국방부에 제출됐다. 국방부와 기획재정부는 올 상반기 합의 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옥동 군부대 이전 절차가 마무리되면 울산시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부대 부지 10만5000m²를 공영개발할 계획이다. 전체의 55%는 도로와 주차장, 공원, 공공시설 등으로 조성하고 나머지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준주거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개발계획안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공공시설’ 부지다. 어린이공원과 소공원, 주차장 사이에 배치된 공공시설 부지 면적은 총 1만3900여 m². 웬만한 공공시설은 충분히 들어설 수 있는 면적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공시설 부지에 어떤 시설을 건립할지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남부도서관을 이곳으로 이전하면 어떨까. 현재의 남부도서관은 건립된 지 33년이 지나 건물 노후화가 심하고 협소하다. 진입도로도 주택가 이면도로 한 곳뿐이어서 이용하기 불편하다. 반면 군부대의 ‘공공시설’은 인근에 학교가 밀집돼 있고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학생들이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2018년 4월 남구 여천동에 문을 연 울산시립도서관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울산남부도서관 이전 기회는 2018년에도 있었다. 도서관과 직선거리로 240여 m 떨어진 울주군청사가 울주군 청량읍으로 이전하면서 남게 된 부지 1만558m²에 주민들의 도서관 건립 요구가 높았다. 하지만 울산시는 청년임대주택을 포함한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남부도서관은 1988년 12월 공포된 울산시의 ‘울산시립도서관 설치조례’에 따라 건립됐기에 울산시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전할 수 있다. 이번에 남부도서관을 주변 환경이 좋은 군부대 공공시설 부지로 이전해 짓지 못하면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도시의 품격은 도서관과 미술관, 박물관 등 멋진 공공시설을 시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로도 평가받는다. 처용가가 새겨진 자연석과 외솔 흉상을 새로 건립된 남부도서관에서 다시 볼 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기자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울산남부도서관#군부대 부지#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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