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 첫 ‘피플 인 뉴스’는 인물 대신 동물로 시작해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전쟁과 분단국가, 군부독재 등 부정적 국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계기였습니다. 그 당시 올림픽 마스코트는 ‘호돌이’. 경합을 벌인 소, 토끼, 까치, 용, 진돗개 등을 제치고 호랑이가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한반도 지형이 호랑이 모습을 닮았고 어릴 적 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영물(靈物)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용맹하고 역동적인 우리 민족성과 호랑이는 잘 어울렸습니다. 농악대가 썼던 상모까지 눌러쓴 호돌이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도 호랑이이고, 축구 대표팀 유니폼의 가슴에도 호랑이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단군신화에도 호랑이는 어김없이 등장하고, 최근의 한국 홍보 영상에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라는 곡이 해학적으로 흘러나옵니다. 우리 민족은 깊은 산 속에서 포효하는 호랑이를 늘 곁에 두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두려운 존재를 친숙한 존재로 만든 것이지요.
올해는 육십간지 중 39번째인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입니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그림이나 부적 등에 새겨 액을 막는 용도로 이용했습니다. 호랑이의 용맹함에 기대어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자 했던 소망이 담긴 겁니다.
임인년 새해 여러 전시장에도 호랑이의 기상이 넘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호도’ ‘산신도’ ‘월하송림호족도’ 등 호랑이 그림 18점을 공개하고 5월 1일까지 전시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호랑이 나라 특별전을 3월 1일까지 열고 ‘맹호도’를 비롯한 유물과 영상 70여 점을 전시합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왕실유물 ‘인검(寅劒)’을 선보였습니다. 인검은 왕실에서 호랑이 해에 제작한 의례용 칼입니다. 고궁박물관 측은 “우리 국민 모두 인검으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안녕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특별히 전시되는 작품들에는 강렬한 눈빛, 익살스러운 표정 등 다양한 모습의 호랑이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심기일전을 노리는 기업들도 호랑이의 기운으로 무장했습니다. 호랑이처럼 매섭게 북미 시장에서 애플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삼성전자의 ‘TIGER’ 전략이 흥미롭습니다. ‘T’는 ‘True No.1 in all categories’를, ‘I’는 세계 시장에서 플래그십 모델의 점유율을 높이자는 ‘Improve flagship market share’를 뜻합니다. ‘G’는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자는 ‘Gap vs. Apple’을, ‘E’는 무선 이어폰 등 주변 기기를 확장하자는 ‘Expand’입니다. ‘R’는 올해 또한 기록적인 한 해로 만들어보자는 ‘Re’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새해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기업도, 국운도 융성하길 빕니다. 이웃들의 삶이 편해지고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지는 임인년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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