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의 사명에만 의존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인재(人災)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 현장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와 함께 소방 당국의 상황판단 훈련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소방청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11시46분께 경기 평택시 청북면 고렴리 소재 일원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를 진압하던 과정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자정께 시작된 불길이 사그라들면서 발령됐던 대응 1단계가 해제되며 119 구조대원 5명이 남은 사람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건물 2층으로 들어갔지만, 삽시간에 불길이 크게 번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투입됐던 소방관 2명은 대피했으나 남은 3명은 필사적인 수색 끝에 낮 12시40분께 차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화재는 지난해 6월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화재가 진압됐다고 생각하고 소방관들이 내부 수색을 위해 내부로 투입됐지만 이 과정에서 불길이 재발화하면서 소방관 1명이 숨졌다.
평택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재확산한 이유는 현장에 있던 가연물 등 적재물이 무너지면서 불길이 옮겨붙은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용접 장비인 산소통, LPG 가스통 등이 다량으로 배치돼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공사 현장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해 사고가 재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두고 일각에선 큰 불길이 잡히자 이후 대응 1단계를 해제하고 수색대를 투입한 시점이 일렀다는 점도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복잡한 화재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를 예측키란 매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매뉴얼 정비 등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사실상 현장에 적용키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명 피해와 관련해선 당시 지휘상황이나 소방활동, 대응 절차가 적절했느냐에 대해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어느 정도 초진이 됐다고 판단하고 수색대를 투입한 것으로 현장을 총괄하는 지휘관의 판단을 가급적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라는 복잡한 상황을 몇 가지만을 단순하게 체크하고 진입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교한 기준을 만든다고 해도 안에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진입하지 않는 것도 소방관으로선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이 같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사람이 결정해야 할 영역이 상당한 만큼 보다 정교한 교육과 훈련 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 상황에선 소방관들이 직접 투입되는 데 따른 효과성이 있기 때문에 화재 현장 특수성을 고려하면 기술 도입에는 한계가 있고, 화재 전체를 진압하고 구조토록 판단하는 지휘관들의 고도화된 역량을 갖출 필요성이 절실하다”며 “현장 경험뿐만 아니라 지휘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현실감 있는 훈련과 평가 등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교수도 “현장을 지휘하는 대장이 얼마나 경험이 많고 능수능란한가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매뉴얼 정비 등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부가적일 수 밖에 없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앞으로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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