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해외에서 ‘직구’한다는 업체가 등장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허가당국의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약의 경우 효과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절대 구입하거나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업체에 대해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9일 현재 인터넷에서 인도산 복제약을 국내에 판매하는 한 업체가 자사 홈페이지에서 미국 머크(MSD) 사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이름을 붙인 약품 2종을 박스당 11~1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업체가 밝힌 이 약들의 제조사는 머크 사가 아닌 인도 제약사들이다. 몰누피라비르와 같은 성분의 약을 인도 회사들이 제조한 ‘복제약(제네릭)’이라는 취지다. 머크 사는 지난해 10월 저개발국가에 약을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복제약 생산을 허가한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 관계자는 “이 업체에서 판매 중인 약품이 정식 몰누피라비르 복제약이 맞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설령 이 업체가 판매하는 약이 몰누피라비르의 정식 복제약이 맞다 하더라도 이를 국내에서 사고 파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다. 국내에서 품목 허가나 사용 승인을 받지 않은 ‘무허가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복제약을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원래 제품과 별도로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전문의약품을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이 아닌 곳에서 파는 것도 불법이다. 식약처는 9일 “해당 업체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혹여 허가받지 않은 약품을 구하게 됐다 하더라도 절대 복용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정식 허가 절차에 따라 들여 온 약이 아닌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특히 몰누피라비르는 암, 기형 등 부작용 우려도 있는 만큼 전문가 처방 없이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이자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13일 전후로 국내에 도입된다. 이달 안에 들어오는 물량은 2만~4만 명분으로 예상된다. 팍스로비드는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악화 비율을 88% 낮춰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초기엔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중심으로 처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확보한 먹는 치료제 물량은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과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 등 총 100만4000명분이다. 몰누피라비르에 대해선 아직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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