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의 외출은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마트마저 못 간다니 서럽고 억울하네요.”
둘째 임신 22주차인 회사원 김모 씨(37)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갈 수 없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면적 3000m² 이상 규모의 마트나 백화점, 대형서점 등이 이날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적용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를 맞은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산부인과 의사의 권유에 따라 2차 접종을 안 했다. 그는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 모유 수유가 끝날 때까지 백신을 맞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약 98%의 임신부가 접종을 마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 ‘나 홀로 쇼핑’도 불가능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지난 사람 중에서 접종불가 사유서나 48시간 안에 발급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가 없는 사람은 10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이용할 수 없다. ‘혼밥’이 허용되는 식당 카페와 달리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선 ‘나 홀로 쇼핑’도 불가능하다.
백신에 대한 불안으로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허모 씨(57)는 “마스크를 벗는 식당 카페는 ‘혼밥’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마스크를 끼는 대형마트 백화점은 혼자 쇼핑할 수 없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인터넷 쇼핑만 해야 할 판인데 신선식품 등 온라인 구매가 어려운 제품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백신 1차 접종 이후 심장 압박과 호흡 불안정 등 부작용이 생겨 2차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대학생 박모 씨(25)는 9일 오후 2시 반경 가족과 함께 경기 안양시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박 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마트에서 장을 보곤 했는데, 앞으로는 못 들어간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나왔다”며 “마트에서 생필품을 살 권리까지 제한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역패스가 시설 이용자에게만 적용되고 직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출근해 일하는 건 괜찮지만 퇴근 후 ‘쇼핑’하는 건 방역지침 위반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용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종사자에 대해서는 접종 완료 등을 의무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직원 늘리고 준비 나선 대형마트·백화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주말 동안 매장 출입구 개수를 줄이고 추가 직원을 배치하는 등 방역패스 적용을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는 9일 오후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해 달라’는 안내문을 ‘방역패스를 미리 준비해 달라’는 내용으로 교체했다.
업체 측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전자출입명부 작성과 달리 방역패스는 일일이 직원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방역패스 검사를 위해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직원이 10명에 달한다”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최근 채용이 어려워져 계도 기간이 끝나는 이달 16일까지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으로의 고객 이탈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 옥죄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