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직무집행법 국회 통과
‘생명위협’ 등 면책상황 구체적 명시
일각선 공권력 오남용 가능성 우려
경찰의 긴박한 임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형사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지난해 12월 8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은 인권 침해 우려로 계류됐다가 책임 감면 범위를 수정한 끝에 통과됐다. 경찰은 법안 통과를 환영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공권력 오·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직법 개정안은 경찰관이 임무 수행 중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살인과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명백하고 긴급한 상황’으로 면책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개정안은 법원 판결 시 판사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술에 취해 경찰을 공격하려던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경찰의 폭행은 상당 부분 면책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흉기로 시민을 위협하는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 등 무기 사용을 한 경우 역시 형사 책임 감면 사유가 될 수 있다.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구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촉발됐다. 범인을 신속하게 제압하지 못한 경찰관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로 떠올랐으며, 경찰관이 현장에서 형사 소송 등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지적됐다.
경찰은 이번 경직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개정안에 대해 “경찰의 적극적 조치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인 뒷받침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면책규정으로 일선 경찰의 물리력 사용 오·남용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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