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 초도물량 2만1000명분이 13일 국내로 도입된다. 배송이 빠른 지역은 이르면 14일부터 첫 투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층·면역저하자 등을 우선 투약 대상자로 선정했다.
먹는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임상 과정에서 90%에 가까운 입원·사망 감소 효과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증화율을 절반가량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확진 이후 신속하게 약을 처방하는 게 관건이다.
◇1월 내 누적 3.1만명분 도입…고령층·면역저하자 우선 투여
화이자사가 개발한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2만1000명분은 이날 낮 12시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앞서 당국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 머크(MSD)의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 등 총 100만4000명분의 먹는 치료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중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팍스로비드는 이날 2만1000명분에 이어 1월 말까지 1만명분이 추가로 국내로 들어온다.
팍스로비드는 Δ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경증~중등증(무증상자 등 제외) Δ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 Δ재택치료자 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등의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대상자에게 우선 투여한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입원·사망 위험을 88%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적시에 약물을 투여하면 감염자의 중증화 위험도를 상당히 낮춰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상 후 5일 내 투여해야…확진에 병상 배정·약 배송까지 시간 소요
다만 ‘적시 투여’에 대한 조건이 까다롭다. 증상 발현 이후 5일 이내 약 처방이 이뤄져야 하는데, 코로나19 증상은 감기 증상과도 유사하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는 6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검체를 모아서 검사하는 탓에 보통 하루에서 최대 이틀까지 걸린다.
확진 판정 이후 해당 확진자가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생활치료센터 또는 재택치료 대상자인지 판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병용금기 약물을 피하고 약을 배송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최근 2주간(12월30일~1월12일) 감염자 5만3948명 중 1만8491명(34.3%)은 자신이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알지 못하는 ‘감염경로 조사중’ 확진자다. 이들은 증상이 나타나 확진된 사례가 많은데, 증상 이후 하루 이틀이라도 검사를 미루게 되면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라는 시간을 지키는 게 어렵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면, 확진자 발생 규모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증상 후 3~4일 넘어가면 소용없다”…정부 “최대한 단축”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상에서 입원율을 약 90%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선 90%까지 높진 않을 수 있지만 적정 시간 내 투약하면 10명 중 9명은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 의료여력에서 분명하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증상이 발현 후 5일 내로 투약하는 것인데, 우리나라가 그런 시스템이 될 수 있는지 봐야 한다”며 “확진 후 3~4일이 넘어가면 먹는 치료제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초역학조사에서 65세 이상을 분류해 먼저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증상 발현 후 1~1.5일 내로 먹는 치료제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최대한 신속한 대상자 확정, 의료기관에서 처방, 약국 조제 등을 최대한 단축시킬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각 시군구별, 보건소별로 예행연습을 실시하고, 생활치료센터에서도 모의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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