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미국 화이자사의 먹는 치료제(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초도물량 2만1000명분이 오늘(13일) 낮 12시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다.
이날 국내에 도착하는 팍스로비드 초도물량은 화이자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 중 2만1000명분이다. 정부는 해당 물량을 생활치료센터, 담당 약국 등에 신속히 배송해 14일부터 환자에게 투약할 계획이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전날 각 지자체와 생활치료센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구치료제 투약 예행연습을 하는 등 채비에 나섰다.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이면서 65세 이상 또는 면역 저하자 중 재택치료를 받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대상자에게 우선 투약하게 된다. 무증상자는 대상이 아니다.
팍스로비드는 확진 이후 중증화를 예방하는 항바이러스제로,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이내에 복용을 시작해 하루 2번 5일간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임상에서는 제 때 경구치료제를 복용했을 때 중증화 및 사망 위험을 88%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팍스로비드는 아미오다론(부정맥), 에르고타민(편두통), 트리아졸람(불면증), 피록시캄(류마티스 관절염) 등 28개 성분이 병용금기 의약품이다. 이 중 23개는 국내 허가가 있는 의약품 성분이다. 현재 이들 의약품 성분을 복용 중인 코로나19 환자라면 팍스로비드를 투약하면 안 된다.
부작용 우려도 있다. 팍스로비드 임상에서는 미각 이상이나 설사, 혈압 상승, 근육통 등 경미한 부작용이 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기엔 일부 한계가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65세 이상 고령층 대부분이 만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복용 중인 약물과 부정적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가 (코로나19 유행의) 돌파구 중 하나이고 잘 사용돼야 되는데 동네 의원에서 뚝딱 처방할 수 있는 약물은 아니다”라며 “주요 투약 대상자인 65세 이상 고령자는 대부분 고지혈증이나 당뇨, 고혈압 등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병용 금기 약물을 잘 확인해서 투약하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처럼 팍스로비드도 부작용이 나오고 중증이나 사망 사례가 발생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면서 “부작용 없는 약은 없는 만큼 활용 초기에 환자가 필수 투약 대상인지, 기저질환이 있는지, 병용 약물이 있는지 안전성 모니터링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치료제 투약 후 인과성이 입증된 중대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의약품부작용 피해구제’ 절차에 따라 피해보상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달 말 팍스로비드 1만명분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정부는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 머크(MSD)의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 등 치료제 100만4000명분의 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다. 몰누피라비르는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이달 중 우세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만큼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경구치료제를 적시에 확보해 빠르게 처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접종 고위험군에게 경구치료제를 사용하면 방역체계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의료체계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인 전체에 대한 투약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필요한 시기에 빠르게 많이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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