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생선가시처럼 드러난 철근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소속 최명기 동신대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 지도사)는 13일 광주 서구 현대아이파크 공사현장 붕괴사고에 대해 “콘크리트 강도가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증거로 ‘마치 살을 깨끗이 발라낸 생선가시처럼 삐죽삐죽 드러난 철근’을 언급했다.
최 교수는 “무너져 내린 201동 23~38층 전층 슬래브에서 콘크리트는 밑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벽체에 들어간 철근은 모든 층에서 생선가시처럼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접착제 역할을 해줘야 될 콘크리트가 철근을 잡아주지 못해 흘러내리듯이 삐져나온 것으로, 결국 콘크리트 강도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추론했다.
이어 “콘크리트가 강력 접착제 역할을 했다면 철근이 끊겨야 하는데, 충분한 강도가 나오지 않아서 원형 그대로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상태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사진을 육안으로 봤을 때 단단한 상태가 아닌 부슬부슬한 흙처럼 보였다”며 “이는 콘크리트 강도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압식 일체형 거푸집을 뜻하는 갱폼 하중을 붕괴 원인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지만 최 교수는 갱폼 연관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갱폼이 떨어져 붕괴사고로 이어졌다면 작업현장이 39층이니까 갱폼이 부착된 36층까지 무너졌어야하는데 23층까지 양쪽 코너 쪽이 전부 무너져 내렸고, 특히 갱폼과 연결되지 않은 슬래브가 무너졌다는 것은 갱폼이 붕괴의 직접 원인이라고 답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일 기준 최장 18일까지 콘크리트 양생기간을 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 교수는 의문을 제기했다.
붕괴 건축물의 경우 탑상형으로 1개 층이 총 4개 세대로 구성돼 있는 가운데 북쪽 2개 방향은 멀쩡한 반면 남동쪽과 남서쪽만 무너져 내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온이 급강하하는 겨울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 빠른 양생을 위해 열풍기를 사용하는데, 같은 층이어도 온도 편차가 심할 경우 양생 불량이 나올 수 있다”며 “시공사 측이 양생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하지만 무너져 내린 건축물 코너 부분은 보온에 취약해 충분히 콘크리트 강도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콘크리트 강도 의혹 규명을 위해서는 시멘트, 골재 등 원재료 품질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계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설계 부실’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내력벽이 있는데, 붕괴 건축물은 내력벽 없이 기둥과 슬래브를 연결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며 “그러다보니 하중을 충분히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안전전문가인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바닥 슬래브를 지탱해주는 수직부재 부족이라는 설계상 문제, 동절기 공사에 따른 콘크트리트 강도 부족 무시, 여기에 골조공사와 후속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무리한 속도전이 대형 참사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설계도면을 보면 아파트 거실 바닥슬래브를 지탱해주는 내력벽과 같은 수직부재가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분야 전문가 A씨는 수사기관이 협력업체만 압수수색을 진행한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A씨는 “총체적인 붕괴 원인과 특히 콘크리트 강도 부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원청(현대산업개발)과 감리업체, 고공 CCTV 영상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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