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신축아파트 현장 건축물 붕괴 사고 직전 콘크리트 타설 공정을 담은 영상이 13일 공개됐다.
붕괴 아파트 신축 공사에 참여한 A업체 관계자는 사고 직전 201동 건물 39층 바닥에 설치한 거푸집 빈 공간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타설(打設)’ 공정 장면이 담긴 40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붕괴 사고 발생 시점보다 10~15분 가량 앞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작업 공정 상황 등을 관리자에게 보고하기 위한 촬영 본이다.
영상에는 잔뜩 흐려 보이는 하늘에 눈발이 바람에 날리는 가운데 촬영됐다. 작업자들은 영상 속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외국어로 서로 대화하며 바닥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듯 보였다.
한눈에 무게감이 있어 보이는 콘크리트가 쇠줄에 매달려 있는데도 앞뒤로 ‘흔들 흔들’거리고 있어 바람의 세기를 가늠케 한다. 흔들릴 때마다 ‘삐-이익’ ‘삐이’, ‘삐익’ 소리가 반복됐다.
내리는 눈발에 굳지 않은 콘크리트는 묽은 죽 같이 농도가 옅어져 조금씩 고이는 듯하거나 흥건한 모습도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량 수분만 유지돼야 하는 만큼, 충분한 양생(養生)을 거쳐야 하는 공정이라면 보기 힘든 장면으로 추정된다.
영상을 재생한 지 17초 가량 되자, 한 작업자가 외국어로 말문을 열었고 10여 초 뒤 또 다른 남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나씨…오우…’ 등을 다급히 외친다.
짧은 영상만으로는 구체적인 붕괴 정황 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초고층 콘크리트 타설 공법에서 주의해야 하는 강풍이 불었고, 정상적인 양생 공정이라면 피했을 눈 내리는 날씨에도 공사를 진행한 것 아닌가 추정되는 장면이다.
거푸집 안에 담긴 콘크리트가 위층 콘크리트를 버틸 수준의 강도를 가졌는지는 영상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에 나선 경찰도 붕괴 원인 규명을 위해 해당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붕괴 전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있었던 만큼, 이 영상이 붕괴 경위를 규명하는 실마리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설 중 하나로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 후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타설 하다가 강풍 또는 외부 요인 등으로 인해 갱폼이 무너졌다’는 전문가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일부 등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5명이 실종된 상태다. 또 다른 1명은 사고 사흘 만인 이날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잔해 더미와 함께 발견됐으나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