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이었던 현직 검사 2명이 ‘허위 사실이 기재된 압수수색 영장청구서를 공개하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임세진 부산지검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는 13일 서울행정법원에 김진욱 공수처장을 상대로 ‘사건기록 열람·등사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수처가 ‘임 부장검사와 김 검사 관련 내용이 기재된 수사보고 전문’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결재자 포함)’ 등 관련 자료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해야한다는 취지다.
임 부장검사와 김 검사는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기소(2021년 5월) 두달 전인 지난해 3월 수원지검 수사팀 파견이 종료돼 원청으로 복귀한 상태였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성윤 공소장 유출사건 수사에서 당시 수사팀이 아니었던 임 부장검사와 김 검사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켜 논란이 제기됐다.
공수처가 소장에 첨부한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보면 이 고검장 기소 당시 수사팀 소속이 아니었던 임세진 부장검사를 ‘기소 당시 원 소속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 수사라인, 파견’으로, 김경목 검사를 ‘기소 당시 원소속 부산지검, 수사라인, 파견’으로 적시됐다. 이에 수사팀 파견이 끝났음에도 ‘파견’이라고 허위내용을 적은 것으로, 공수처가 영장담당 판사를 기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 부장검사와 김 검사는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서 영장의 허위사실 기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공수처의 담당 검사가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영장을 집행했다.
이에 임 부장검사 등은 자신들이 압수수색 등 공수처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된 경위를 밝혀달라며 지난해 11월 29일 공수처에 사건자료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30일 공수처는 ‘기록 공개로 수사방법상 기밀이 누설되는 등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불필요한 새로운 분쟁이 야기될 유려가 있다’며 열람·등사를 불허했다.
이에 위법 압수수색 효력부분은 준항고로, 열람·등사 불허부분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임 부장검사 등은 소장에서 “이성윤을 기소한 2021년 5월 당시 (임세진·김경목 검사가) 수사팀에 없었던 사실을 공수처가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수원지검 수사팀 소속으로 압수수색 영장 대상자에 명시했다”며 “이는 명백히 허위 사실이 기재된 영장청구서로 법원 영장담당 판사를 착각 또는 오인하게 해 잘못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수처의 열람·등사 불허처분의 위법성에 대해선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수처가 정보공개법 9조1항을 들어 불허 처분한 데 대해 “법 조항만 기재해 불허가 처분을 내려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각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어느 부분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 주장·증명해야 하는데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공수처가 또다른 불허 사유로 적시한 ‘검찰보존사무규칙 22조’도 법률상 위임근거가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열람·등사 거부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라고 주장했다.
‘기록 공개가 수사 등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공수처 주장에 대해서도 “대검 감찰부 진상조사와 공수처의 대검 압수수색 결과, 수원지검 수사팀에서 공소장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므로 공수처가 열람·등사를 허용해도 수사를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백번 양보해 수사를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기본권 최소침해 원칙을 감안하면 등사가 아닌 열람까지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가 지난해 11월 26일과 29일 실시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취소해달라는 준항고를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준항고는 피의자 등이 수사기관 처분의 취소·변경을 법원에 요구하는 불복절차다. 수사팀은 “대검 감찰부 공문으로 공소사실 유출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나 이번 준항고를 통해 공수처 압수수색의 위법성이 법적으로 확인돼 수사권 남용이 재발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준항고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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