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4일 서울 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효력을 정지한 주된 근거는 “대형마트가 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시설”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날 다른 재판부는 대형마트에 대해 “소형 상점 등 대체수단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같은날 재판부마다 대형마트 방역패스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린데다 유사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어 방역패스의 운명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방역 당국은 서울 이외 지역의 대형마트 등도 방역패스 해제를 검토해 17일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 대형마트 “필수 시설” vs “대체 가능”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이날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정부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서울에 한해 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를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대규모 점포가 생활필수시설에 해당한다”라며 “미접종자가 이런 시설에 출입하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날 같은 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한 개인이 낸 같은 신청에 대해 “소형 점포나 전통시장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생활필수품 구매가 전면 차단되는 않는다”라며 방역패스의 효력을 긴급히 정지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부는 방역패스의 사회적 이익에 대해서도 달리 판단했다. 행정4부는 “대규모 점포는 식당이나 카페보다 위험도가 낮고 밀집도 제한이나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서도 위험을 낮출 방법이 있다”고 한 반면 행정13부는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 방역당국, 서울 외 대형마트 방역패스 해제 검토
법원이 상반된 판단을 내리면서 방역당국에선 국민 혼란이 커질까 걱정하고 있다. 안그래도 복잡한 방역 조치가 법원 결정에 따라 지역별, 시설별로 달라지면 방역 조치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방역패스와 관련한 법적 분쟁은 행정소송 6건과 헌법소원 4건이 진행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법원 결정을 일부 수용해 혼란을 줄이는 취지에서 서울 이외 지역 대규모 점포의 방역패스 해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은 이용자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확진자가 줄어들면 우선적으로 방역패스를 해제할 시설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말 새 논의를 거쳐 전국 대규모 점포의 방역패스 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방역 전문가 “청소년 방역패스는 필요”
정부는 12~18세 청소년 방역패스를 3월 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었다. 시행일에 맞춰 학원 등에 출입하려면 이달 24일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서울 지역 청소년 방역패스에 효력 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서울의 경우 접종을 미루는 청소년과 학부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청소년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위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증화율이 낮다는 게 위험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확진자 급증에 따라 미접종 청소년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한림대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보고되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안 되는 현상)’는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라는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