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을 유포한 전 남자친구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어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살게 됐다는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청소 전문 유튜브 채널 ‘클린어벤져스’에는 지난달 3일 ‘저에게 대한민국은 지옥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15일 현재 47만 조회 수를 돌파하고 있다.
영상엔 30대 여성 A 씨가 지내는 원룸이 공개됐다. 빈 생수병, 배달음식 용기 등이 가득해 발 디딜 틈도 없었고 벌레까지 날아다녔다.
이 같은 A 씨의 생활은 전 남자친구 B 씨의 트라우마로부터 시작됐다. 영상에 따르면 A 씨는 B씨로부터 성관계 동영상 유포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다 클린어벤져스 측에 청소를 의뢰했다고 한다.
A 씨는 “처음 사귄 남자친구였고 3년을 만나는 동안 계속 이상한 요구를 했다”라며 지속적으로 영상 촬영 등을 요구받았고 거부하면 폭행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에 A 씨는 헤어지려 했지만 남자 친구는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며 더욱 가학적인 성적 학대를 일삼았고 심지어 지인으로부터 영상이 유출된 거 같다는 말에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씨는 수사관이 영상을 본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꼈고, 직장 생활도 포기하게 됐다. A 씨는”인터넷 장의사라는 게 있다”며 “사설업체까지 총 12군데를 맡겼다”며 200만 원 상당의 거액을 들여 디지털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다만 트라우마에 갇혀 지낸 A 씨에 비해 B 씨는 새로운 여자친구와 교제하면서 소송에선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고 한다. 판결에 대해 A 씨는 “(전 남자친구에게)정신과 기록이 있었다. 초범이고 동영상의 강제성이 심하지 않다. 유출의 고의성이 없었다(라고 법원이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어느 순간에는 저를 미워하게 되더라.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자책감이 들어 힘들었다”며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그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나온) 영상을 찾고 있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사실 유튜브로 안 좋은 것(편히 죽는 법)들을 검색하다가 추천 영상으로 (청소 유튜브 채널이) 떠서 보게 됐다”라며 청소 후 새로운 삶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이 사연에 클린어벤져스 측은 여성의 집을 깨끗이 청소했고, 여성은 방을 본 후 연신 감사 인사를 전한 후, 방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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