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고객이 입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인 기기에 휴대전화를 댔다. 그러나 ‘QR코드’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탓에 유효하지 않은 코드임을 알리는 ‘딩동’ 소리가 났다. 이 여성은 직원 도움을 받은 후에야 백화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사이 QR코드 확인 기기 앞에는 대기줄이 생겼다.
반면 비슷한 시각 서울 강남구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는 방역패스 확인없이 손님을 입장시키는 ‘프리(free) 패스’ 상황이 펼쳐졌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도 ‘안심콜’ 등을 통해 출입자 명부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입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이 14일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 일부를 인용하면서 서울에 있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460여 곳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 서울은 되고, 경기는 안 된다
백화점 마트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여부가 지역별로 달라지면서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이외 지역의 대규모 점포 2540여 곳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이 유지되는 탓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았거나,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지난 ‘비서울 거주자’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
대전에 사는 류모 씨(26)는 “조만간 백신을 접종할 계획인데, 한동안은 생필품을 대형마트에서 사지 못하고 배달시켜야 할 판”이라며 “인구가 밀집된 서울은 빼고 지방만 방역패스로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산에 사는 백신 미접종자 김모 씨(49)는 “같은 미접종자인데 서울에서는 대규모 점포에 입장할 수 있고, 부산은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에 일부 인용된 집행정지 신청처럼) 부산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 결정이 내려진 14일 이후 인천과 경기 수원, 고양 등 각 지자체의 주민 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외 지역에서도 방역패스 적용을 멈춰 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이어졌다.
서울 외 지역 백화점과 마트에는 입장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 김포시의 한 대형 점포 관계자는 “서울은 방역패스가 없어도 그냥 들어갈 수 있다는데 김포는 왜 안 되느냐’는 전화 문의가 14일부터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점포들은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16일로 끝나면서 더 긴장하고 있다. 17일부터 방역패스를 확인하지 않은 업체는 1차 위반 시 150만 원, 2차 이상 위반 시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별도로 운영 중단 명령까지 받을 수 있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도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계도기간이라 방역패스가 없어도 안내만 하고 입장시켰는데, 17일부터 고객 항의가 얼마나 이어질지 가늠이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서울 이외 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대해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할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를 해도 다시 판단이 나오기까지 여러 주가 걸리는 만큼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점도 고려해 (적용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내부적으로 마트와 백화점은 식당, 카페 등에 비해 위험도가 낮은 시설로 판단해 방역패스 완화 시 가장 먼저 적용을 해제할 수 있는 시설로 분류한 바 있다.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서울 이외 지역 마트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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