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으로 구성된 전국민중행동이 15일 개최한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집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곳곳에서 삼삼오오 선 채로 마스크를 내린 채 커피를 함께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다. 공중화장실이나 공원 외곽에서는 마스크를 반쯤 내린 채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 이동하기도 했다.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7)는 “자녀와 공원에 놀러갔다가 집회 인원이 몰리는 걸 보고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서둘러 빠져나왔다”고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약 1만5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 20분 만에 대규모로 집결
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전국민중행동의 15일 집회는 감염병예방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개최가 금지된 집회였다. 당초 전국민중행동은 오후 2시에 서울 도심 44곳에서 현행 방역 수칙상 상한선인 299명 이하의 인원이 모이는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44건의 집회가 사실상 대규모 집회 한 건이라고 보고 개최 금지를 통고했다.
실제로도 전국민중행동이 낮 12시 반경 총궐기 집회 장소를 여의도공원으로 기습 발표하자 약 20분 만에 대규모 인파가 공원에 결집했다. 현행 거리 두기 규정상 접종 완료자만 참가하는 경우 집회는 299명까지 가능하다.
특히 경찰에 소규모 집회 수십∼수백 개를 열겠다고 신고한 뒤 실제로는 하나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쪼개기 신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민노총은 지난해 7월과 10월, 11월에 걸쳐 800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4차례 진행했는데 모두 ‘쪼개기 신고’를 했다. 그때마다 경찰이 집회 금지 통고를 했지만 번번이 무시됐다.
경찰의 대응은 주최자 등에 대한 사후 처벌에 그치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집회를 주도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형(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후에도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는 계속됐다.
민노총과 진보진영만 ‘감염병예방법 위반 집회’를 하는 건 아니다. 앞서 2020년 8월 15일에는 보수 단체가 당초 신고한 인원(100명)보다 50배 많은 5000명이 모인 광복절 집회를 개최해 논란이 됐다.
○ “시위대가 방역 지침 지켜야”
일각에선 헌법이 규정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개최 금지를 통고한 집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7∼2019년 많아야 수십 건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4380건에 달했다. 지난해 1∼11월에는 4985건이었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1월 “무조건 집회·시위를 막기보다는 방역지침 준수를 조건으로 집회 개최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15일처럼 집회 현장에서 방역 지침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집회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방역지침에 어긋난 집회 개최가 반복되면 경찰로서는 집회 개최를 사전에 제한하고 불법 행위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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