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마트, 상점, 백화점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전국적으로 해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법원이 14일 서울지역 대형마트 등의 방역패스에 제동을 걸면서 혼선이 커지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정부는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등 비위험 시설의 방역패스 적용도 함께 해제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16일 오후 방역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역패스 조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앞두고 방역패스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국민 불편과 혼선을 줄이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14일 “상점, 마트, 백화점은 이용 행태에 비춰볼 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백신 미접종자들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서울 소재 마트 등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17일부터 마트, 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계도 기간이 끝나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시작돼 더 큰 반발이 우려됐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일부 시설 방역패스의 선제적 해제와는 별개로 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항고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원고 측도 “전체 방역패스가 중단돼야 한다”며 16일 즉시 항고 입장을 밝혔다.
방역패스 반발 커 완화하기로… 도서관-박물관 등 추가해제도 검토
“지방 차별” 지역 형평성 논란에 지자체 온라인 청원도 이어져 서울원정 쇼핑 등 부작용도 초래… 전문가 “오미크론 이달말 우세종 방역 구멍에 대유행 우려” 지적
정부가 16일 전국의 3000m² 이상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대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중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 일단 지역 간 형평을 맞추고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방역패스 관련 소송이 이어지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혼란과 불신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 정부는 박물관, 도서관, 영화관 등 비위험 시설의 방역패스를 추가 해제해 여론을 다독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 저위험 시설 추가 해제 검토
주말 동안 서울 이외 지역의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법원이 14일 서울 지역의 마트 등에 대해서만 방역패스 효력 정지를 결정한 여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았거나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지난 ‘비서울 거주자’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경기 지역 미접종자 일부는 서울 원정 쇼핑에 나서기도 했다. 온라인 청원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처럼 혼선과 반발이 커진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부처 회의에서는 원칙대로 방역패스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서울과 이외 지역의 형평성을 우선 고려했다.
여기에 애당초 방역당국이 전파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방역패스를 해제해 나가기로 방침을 세웠던 것도 이날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새해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16일 방역패스 추가 해제 대상으로 검토된 박물관, 도서관, 영화관 등은 식당 카페(2그룹)에 비해 위험도가 낮다고 분류한 시설(3그룹 또는 기타 그룹)이다. 정부 관계자는 “음식 섭취만 하지 않는다면, 마스크를 쓰고 이용하면 집단감염 등 위험도가 비교적 낮은 시설”이라며 “유행이 안정화되면 이 같은 저위험 시설부터 해제하려던 것을 조금 앞당기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17일 중안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은 방역패스 조정안을 확정 발표한다.
선제적 방역패스 해제는 향후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4일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의 방역패스 적용 중단을 결정하며 “이용자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운영자도 방역수칙 준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이런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선제적으로 해제함으로써 향후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오락가락 방역패스 행보
보건의료계에선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의 신뢰도가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이달 말을 전후해 국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역 구멍이 커질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패스 일부 중단이 백신 무용론으로 번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리 두기 등 방역 완화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6일 발표한 한국-캐나다 팬데믹 협력연구단의 연구에 따르면 백신 3차 접종이 현재와 비슷(하루 40만 건)하게 진행되면서 접촉률(이동량)이 20% 높아지면 2월 말 하루 확진자 수가 9만5459명까지 늘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3차 접종이 하루 60만 건씩 이뤄지고 접촉률이 현재와 같다면 확진자 수는 9389명 수준으로 전망됐다. 오미크론 폭증을 막기 위해선 부스터샷과 함께 방역패스, 고강도 거리 두기 등이 유지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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