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 사고 당시 39층 콘크리트 타설 공정 중 아래층 지지·받침대(동바리)가 모두 제거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 즉 건축물 뼈대를 보 없이 기둥·슬래브로만 구성한 건물이다. 하중에 취약한데도, 급히 내부 마감 공사를 하고자 동바리를 서둘러 없애는 바람에 붕괴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17일 한국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공사 참여 업체 관계자 A씨는 붕괴 사고 당일인 지난 11일 오전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건물 실내에서 작업 중이었다.
A씨는 외부 골조 공사가 마감돼 실내에서 접근이 가능한 37층까지 층별로 올라가며 맡은 작업을 했다. A씨의 작업은 동바리 제거 이후에야 가능한 공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 당일 지상층 37층까지 올라갔는데 동바리를 보지 못했다. 이미 철거한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사고 당일 최상층인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 중이었고, 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PIT층인 38층은 A씨의 작업 구역이 아니었다.
상층 슬래브 타설 공정은 바로 아래층에 동바리 등 구조 안전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로선 사고 당시 38층 동바리 설치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사고 직후 촬영한 사진에선 38층에 동바리가 보이지 않으나,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현장 감리단이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고, 37층까지 설치한 동바리를 미리 제거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콘크리트가 얼 수도 있는 겨울철에는 타설된 콘크리트가 잘 굳도록 동바리를 28일 정도 둬야 한다. 혼화제와 온풍기를 이용해 정상적인 양생 기간을 다소 줄일 수 있지만 콘크리트 굳힘 과정도 14일 가량 필요하다.
일각에선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시공사 측이 동바리 제거를 지시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부 골조 공사가 끝난 층에는 전기·수도·소방 설비를 갖추고 내부 마감재를 시공하는 공사를 진행한다. 동바리가 설치돼 있으면 내부 마감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건물 골조 공사가 끝나면 내부 마감 공사에만 1년 여가 걸린다. 붕괴 당시 최상층 39층 타설이 진행 중이었다면, 외부 골조 공사 마감까지 두 세달은 더 걸린다. 여기에 내부 마감에 1년을 더하면 준공까지 해를 넘긴다. 사고 현장의 입주 예정일인 올해 11월 30일까지 공사 기간을 맞추려면 현장은 늘 시간에 쫓겼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바리를 제거할 지 말지는 철저하게 시공사 현장사무소장 판단, 감리의 검토를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철근 콘크리트 골조 공정을 도맡은 전문건설사나 기타 도급업체 근로자들이 독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전했다.
광주 모 건축사무소의 한 대표 건축사는 “통상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작업층 아래로 2개 층 정도는 동바리를 놓는다. 붕괴 직후 영상·사진을 확대해 보니 이상하게 37·38층 모두 동바리가 보이지 않는다. 최상층 콘크리트 양생이 덜 된 상태에서 지지대까지 없다보니 시공 하중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려 현재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달 13일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발견됐던 실종자 1명은 구조 직후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광주시·소방청 등이 참여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붕괴 일주일째인 이날 구조견·내시경·드론과 중장비 등을 동원한 전방위 수색 작업을 벌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