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이어지는 광주 붕괴 사고 현장…노란 리본·꽃풍선으로 무사 귀환 소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7일 14시 04분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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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는데 식사거리가 컵라면과 생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웠어요.”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이계준 씨(47)는 고속철도(KTX) 안에서 동아일보와 통화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16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해 샌드위치와 음료수 100개를 전달했다. 그는 “사건을 뉴스로 보다가 수색 현장에 준비된 컵라면만 준비돼 있는 모습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단골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해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평일에 경기 부천에서 혼자 지내며 일하다 주말에 광주로 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가장이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고향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를 타지에서 지켜보며 문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무 음식이나 전달할 수는 없었다. 광주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단골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직접 빵을 반죽해 샌드위치를 만드는 가게라 오전 10시에 주문한 빵이 오후 6시에야 나왔다. 샌드위치 가격은 약 70만 원. 이 씨는 샌드위치를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막내아들과 함께 수색 현장에 전달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이 씨는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에서 목숨을 걸고 수색을 하시는 구조대원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 죄송하다”고 했다.

이 씨와 같은 시민들의 온정과 응원의 손길은 17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광주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 업체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방당국에 햄버거 150개를 전달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고생하시는 소방관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홍보처럼 여겨지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전날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는 천막에서 도보 1, 2분 거리인 한 펜스에는 추모와 응원의 글귀가 쓰여진 노란색 리본 20여 개가 걸렸다. 리본에는 ‘무사히 돌아오세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등 시민들의 염원이 빼곡히 적혔다. 꽃이 들어 있는 손바닥 크기의 풍선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우리 곁으로 빨리 돌아오길 기도합니다”라고 적힌 문구도 눈에 띄었다.

실종자의 조카 정모 씨(28)에 따르면 실종자의 가족들이 풍선을 먼저 달았고,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란색 리본에 글귀를 적어 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 씨의 어머니도 “막둥아 뭐하고 있냐. 가족들이 네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적은 리본을 매달았다. 인근 주민 김태양 씨(30)는 “지나가다 리본에 적힌 글들을 읽어봤는데 마음이 짠해졌다”며 “저도 살아서 돌아와 달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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