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현산 공기단축 위해 ‘악천후 공사’… 본보 입수 ‘사건당일 동영상’서 확인
전문가 “영하 추위땐 뼈대役 철근이 콘크리트에 붙지 못하고 냉해 피해”
아이파크 양생 40일중 22일 ‘영하권’… 현장 근로자 “일부층서 ‘동해’ 현상”
경찰, 레미콘업체 10곳 압수수색… ‘지지대 미설치’ 등 9명 추가 입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가 강추위와 눈, 강풍 등 악천후 속에서 콘크리트를 타설(거푸집에 붓는 작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당일은 물론이고 지난해 12월에도 눈이 내리는 가운데 타설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가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가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눈발 속에 강행된 콘크리트 타설
1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동영상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1일 오후 화정아이파크 현장은 강풍에 눈발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영상은 붕괴 사고 발생 5∼10분 후 인근 현장 근로자가 촬영했다. 이 근로자는 “화정아이파크 붕괴 전 몇 시간 동안 눈이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며 “순간적으로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도 “11일 오후 1∼4시 광주에 눈이 내린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광주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5도였다.
당시 화정아이파크 현장 근로자 8명은 오전 11시 40분부터 4시간가량 201동 39층 바닥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오후 3시 47분 39층에서 23층까지 연쇄 붕괴가 일어났다. 이 근로자들은 모두 대피했으나 28∼34층에서 일하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 상태다.
화정아이파크 현장 근로자들이 눈을 맞으며 타설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화정아이파크 1단지는 2020년 12월 30일 16.2cm의 폭설이 쏟아진 날씨에 타설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광주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7.8도였다.
전문가들은 영하의 날씨에는 뼈대 역할을 하는 철근이 콘크리트에 제대로 붙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콘크리트는 보양막 틈새로 찬 바람만 들어와도 표면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위에 취약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영하 날씨에는 콘크리트가 얼어 냉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 타설을 하지 않는다”며 “영상 4도 이하 날씨에 타설을 할 경우에는 보양막, 온열장치 등을 설치해 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는 보양막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정황이 파악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일부 근로자는 경찰에 “붕괴 직전 일부 층에서 콘크리트가 얼어붙은 ‘동해(凍害)’ 현상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화정아이파크 35∼39층 타설 양생(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기간인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40일 동안 광주지역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것은 총 22일이나 됐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추위에 타설 작업을 할 수 있는 ‘한중콘크리트’가 있긴 하다”며 “콘크리트가 얼었다면 (설사 한중콘크리트를 썼더라도)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최저가 입찰이 부실공사로 이어져”
일각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저가 입찰을 통해 22개 협력업체를 선정하면서 현장에 부실공사가 만연했다고 증언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제살 깎아먹기이지만 어쩔 수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 최저가 입찰은 부실공사를 부를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불량 콘크리트 납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레미콘 업체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지지대(동바리)를 설치하지 않고 콘크리트 양생을 부실하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으로 현대산업개발 공사부장 등 9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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