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사장 인사를 산업재해·노동인권 분야의 외부 인사로 채우겠다고 밝히면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개방된 보직이 아닌 일선 수사 지휘라인 검사장 자리에 비(非) 검찰 출신이 임명될 경우 검찰 내부에서 적잖은 반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대검검사급(검사장) 경력검사 1명 신규 임용 공모를 냈다. 법무부는 이번 공고에서 특정 보직을 명시하지는 않았고 대신 선발기준으로 중대재해·산업재해·산업안전·노동 분야에 국내외 박사학위나 자격증 소지, 관련 국가기관·공공단체·법인에서 종사 이력 등 실무경험이나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중대재해 관련 전문가를 뽑겠다”는 취지로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검찰청법 관련 규정을 보면 대검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기준은 10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로 재직한 자 또는 변호사 자격 소지자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영기업체, 공공기관 등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했거나 대학에서 법률학 조교수 이상 재직한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 비어있는 검사장급 자리는 광주고검과 대전고검 차장 등 2자리로, 이곳에 외부 인사가 임용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일선 고검 차장검사 보직에 외부 인사가 임명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인사 대상 보직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두고는 있는데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에도 전문가가 있는데 임기 말에 외부에서 굳이 누구를 임용시키는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산업재해나 노동인권을 명분으로 내세운 만큼, 결국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등 진보 진영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한 검사는 “일선 검사장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는 게 위법은 아니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형참사가 아니라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중대재해 분야 전문가를 데려오겠다는 건 반쪽짜리 명분 아니냐”라고 했다.
박 장관이 “큰 재해사건이 발생하면 수사 초기에 대응방식이나 공판단계에서 양형인자의 새로운 발굴, 재판부 설득, 법리의 연구 검토 등을 총제적으로 볼 ‘헤드’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 것을 두고 법무부나 대검찰청에 중대재해와 관련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공석인 광주고검 차장 자리에 발령을 낸 뒤 중대재해 관련 태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임명하는 방식이다.
당초 이번 검사장 인사가 예고됐을 때부터 검찰 안팎의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통상 정권 임기 말 검사장 인사를 단행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는 임기 초부터 검사장의 수를 줄인다는 검찰개혁 기조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한편 법무부는 오는 21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다음달 있을 평검사 등 검찰 정기인사에 관한 기준을 논의한다. 이번 유천열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 등을 비롯해 평검사들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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