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50대 남성이 법정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족은 방청석에서 오열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김상일 부장판사)의 심리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A 씨(54)에 대한 첫 재판이 진행됐다.
A 씨는 지난해 8월 헤어진 전 여자친구인 40대 B 씨를 뒤쫓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 있는 B 씨의 자택에 침입했다.
놀란 B 씨가 집에서 나가라고 말했지만 A 씨는 흉기로 위협했다. 집안 화장실로 도망친 B 씨는 창밖을 향해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A 씨는 B 씨의 몸을 수차례 찌르고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쓰레기봉투 등에 담아 고양시 창릉천 등에 유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해 4월 B 씨와 교제를 시작한 A 씨는 B 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선 A 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A 씨는 직업 등 신상정보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재판장이 “유가족이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A 씨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성하는 태도를 찾아보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습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B 씨의 유가족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렸다. 법정 밖에서도 유가족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이날 자신의 첫 재판이 열릴 때까지 반성문을 한 차례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16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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