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살해 전날 모자 왜 샀나” 묻자 “머리 눌려서”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20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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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접근금지 등 조치를 받자 앙심을 품고 찾아가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찬(35)이 첫 재판에서 “계획적 살인이 아니였다”고 주장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래니)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병찬 측 변호인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시 경찰의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에서 나오는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계획 살인을 부인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6월 김병찬이 피해자와 결별하고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고 했지만 최종 결별은 그 이후”라며 “7,8월께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는 등 연인관계를 유지해왔다”고도 주장했다.

김병찬은 범행 전날 모자와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재판부가 이를 거론하며 “살인을 계획한 것 아니냐”고 하자 “네”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그럼 (구입한) 이유가 뭐냐”고 하자 모자를 산 것에 대해서는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와 머리가 많이 눌렸었고, (접근금지 조치로) 경찰들한테 보이면 안 될 것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가 “흉기는 왜 샀느냐”고 묻자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대화를 안 할까봐”라고 대답했다. 재판부는 “대화가 안되면 흉기로 어떻게 하려고 했느냐”는 취지로 묻자 “죽이려한 게 아니고 집에 들어가려고 위협용으로”이라고 말했다.

이날 변호인은 김병찬이 정신적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가 많다고 하면서 우발적 성향에 대해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필요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맞섰고,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뒤 향후에 정신감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의 동생 B씨도 출석했다. B씨는 “김병찬이 언니와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는 등 연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하는데 흉기를 들이민 상태에서 두려움에 승낙한 게 어떻게 합의일 수 있느냐”며 오열했다.

그러면서 “흉기를 들고 간 자체가 그럴(범행할) 여지를 본인이 만든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대화하려고 가는데 누가 흉기를 들고가느냐”며 “김병찬의 반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울면서 말했다.

재판부는 B씨를 양형 증인으로 추후에 다시 불러 증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한편, 김병찬에 대한 검찰의 여죄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다음 기일을 3월16일 오전으로 지정했다.

김병찬은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A씨는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긴급구조 요청을 보냈으나 경찰은 12분 뒤에 도착했고, 얼굴 등을 심하게 다친 상태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김병찬은 다음날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병찬은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휴대전화 등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통해 김병찬이 범행방법과 도구 등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은 김병찬이 전 여자친구인 A씨의 스토킹 신고 등에 앙심을 품고 보복성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용했다.

또 김병찬은 과거 A씨에게 상해를 입히고 감금하거나 차량 등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고 연락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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