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레미콘 업체 상당수가 콘크리트 재료 관리 미흡으로 국토교통부에 적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적발 시기가 화정아이파크 공사 기간과 겹쳐 불량 콘크리트가 사고 현장에 쓰였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및 2021년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 모래 등 골재를 잘못 관리했거나 배합 비율을 맞추지 않은 업체가 3곳,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넣는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업체가 3곳이었다. 시멘트 관리가 부실한 업체도 3곳이었다.
화정아이파크는 2019년 5월 착공됐다. 레미콘은 골조 공사부터 투입되는데 사고 현장은 2020년 3월부터 콘크리트 공사를 시작했다. 국토부 점검이 2020년 7¤11월과 2021년 5¤7월 이뤄진 만큼 부적합 공장에서 생산된 콘크리트가 사고 현장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원호 전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재료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해 잘못 관리한 콘크리트를 쓰면 강도 등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했다. 적발된 업체들은 습기를 막는 시설을 갖추지 않았거나 온도 측정 설비를 잘못 관리하고 있었다. 업체들은 적발 후에도 사진과 서면으로 개선 여부를 보고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N업체의 2020년 경우 골재 배합설계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콘크리트 품질을 유지하려면 모래, 자갈 등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S업체는 본보가 이날 보도한 ‘광주 아파트 ’양생불량 의혹‘ 38층 콘크리트 샘플 사라졌다’(A12면)에서와 같이 공시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적발되기도 했다. 공시체는 콘크리트 강도 시험에 사용하는 ‘샘플’이다. D업체의 경우 인증 받은 골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 받기도 했다.
조창근 조선대학교 교수는 “공장 중에는 골재나 혼화재 보관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다”며 “콘크리트 강도가 높으려면 현장에서 반드시 온도나 습도 관리가 잘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레미콘 생산공장의 약 88%가 품질관리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광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규정 강화, 우수 건설자재 인센티브 부여 등 실질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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