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골든글로브 수상한 ‘깐부 할아버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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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알려진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열연한 ‘깐부 할아버지’의 연기력이 골든글로브의 높은 장벽을 넘었습니다. 배우 오영수(78·사진)는 연극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수많은 연기상을 수상한 베테랑입니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 배우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자체 이벤트로 진행됐습니다. 관객도, 시상자도, 중계도 없는 초라한 잔치였습니다. HFPA가 각종 부정부패와 인종·성차별 문제에 휩싸이면서 대부분의 제작사와 배우들이 항의 표시로 시상식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오징어게임’의 배우와 감독 등 제작진 역시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자체 온라인을 통한 문자 중계로 수상자와 수상작을 알렸습니다. 시상식에 대해 CNN은 “열리긴 하는데 진짜 열리는 건 아닌 기묘한 시상식”이라고 혹평했습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시상식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고질적인 백인중심주의, 지난해 불거진 성차별 논란과 부정부패 의혹의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80여 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를 고수했으니 스스로 권위를 땅에 떨어뜨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골든글로브는 ‘50% 이상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 작품에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영화입니다. 한국어 대사가 70%인 비(非)백인·비영어 작품이라는 이유로 주요 부문 후보에서 탈락하고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자 인종차별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한국 배우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수상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백인과 영어권 위주의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면에서 골든글로브의 변화를 기대하게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골든글로브가 ‘인종차별’의 낙인을 걷어내기를 바랍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은 마틴 루서 킹 데이로 공휴일이었습니다. 오영수 배우는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에서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며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수상 소식을 듣고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라고 했습니다. 오영수 배우의 말처럼, 인종의 경계를 넘어 ‘괜찮은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헌신한 마틴 루서 킹의 정신을 모두가 실천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배우 오영수#골든글로브#오징어게임#깐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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