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펴내
“안아달라 부탁하고… 역겨운 문자”
4년간 ‘성폭력 피해’ 구체적 기록
‘피해호소인’ 2차가해 고통도 토로
“내실에 둘만 있을 때 소원을 들어달라며 안아달라고 부탁했다.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내용을 포함해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김잔디(가명) 씨가 자신이 입은 피해와 생존기록 등을 담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사진)를 20일 출간했다.
책에는 박 전 시장이 2017년부터 4년 동안 저지른 가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김 씨는 책에서 “혼자 있냐고 물으면서 ‘내가 지금 갈까’ 하는 문자를 보냈고, 러닝셔츠 차림의 사진을 보내면서 잠옷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고도 했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사망 후 일부 여당 의원과 지지세력 등에 의해 ‘피해호소인’으로 불리며 2차 가해를 겪은 고통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김 씨는 “박 전 시장을 애도하는 마음이 모여 나를 공격하는 화력이 된 일은 광기에 가까웠다”며 “약자 보호와 인권을 강조해오던 그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본인의 지위와 누려온 것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박 전 시장 사망 후 두 차례에 걸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을 정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비서로 일하며 부당한 업무를 수행한 기록도 담았다. ‘심기 보좌’ 명목으로 박 전 시장이 밥 먹을 때 말동무로서 함께해야 했던 것, 시장 가족의 명절 음식을 챙겼던 일 등이다.
김 씨는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잊혀질 권리’는 더욱 간절한 소망일 것”이라며 “그러나 제대로 기억되어야 제대로 잊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이날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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